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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세 이어 휘발유 도매가 공개까지… 정유업계, 잇딴 규제에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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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3-13 16:17:41   폰트크기 변경      

12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모습. /연합


[대한경제=이계풍 기자] 정유업계가 정부의 석유제품 도매가격 공개 논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유 구매 원가 등 각종 제반비용이 포함된 도매가를 공개하면 생산 능력 등 핵심 영업기밀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지난해 역대급 실적에 따른 횡재세 도입 논의가 이뤄진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추가 규제를 꺼내 든 정부를 두고 과도한 ‘정유사 때리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 경제1분과위원회는 24일 회의에서 산업자원통상부가 추진 중인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재심의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달 24일 첫 심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일정이 미뤄졌다. 애초 재심의 일정은 이달 10일 예정이었지만, 회의 이틀 전 24일로 돌연 연기됐다. 이번 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무회의에서 대통령령으로 최종 확정 후 시행된다.

개정안은 휘발유ㆍ경유 등 석유제품의 도매가격을 모두 공개하는 게 골자다. 개정안이 심의를 통과하면, 정유사는 현행 전국 평균 도매가를 광역시ㆍ도 단위로 세분화하고, 주ㆍ월 단위로 지역별 판매량, 매출액, 매출단가 등을 산정해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이러한 내용의 개정안은 이명박 정부 시절 규개위에서 한 차례 논의됐지만, 정유사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정부는 각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제품 도매가를 공개하면 경쟁을 촉진해 가격 안정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정부가 고유가를 잡기 위해 시행한 유류세 인하분이 실제 판매가에 어느 정도 반영되고 있는지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유업계는 이같은 정부 규제에 대해 명백한 영업권 침해라고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는 지금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국 평균 휘발유ㆍ경유 가격을 공개하고 있다”라며, “이것도 모자라 원료 구매 원가 등 기업별 경영전략이 담긴 도매가 마저 공개하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류세 인하분에 대해선 “이미 국정감사를 통해 유류세 인하분이 100% 제품 가격에 반영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석유제품의 도매가 공개가 오히려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도매가 공개에 따른 출혈경쟁으로 국내 정유 시장이 특정 기업의 독과점 형태로 변질할 가능성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과도한 ‘정유사 때리기’에 나선 것이 아니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정유업계는 올 초 횡재세 도입 논의로 한 차례 곤혹을 치러야 했다. 횡재세는 원유 등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대규모 이익을 거둔 기업들에 법인세 외에 추가로 매기는 세금을 뜻한다.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취지로 미국ㆍ유럽 등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논의되기 시작됐다.

국내에서도 올 초부터 정유사를 비롯한 특정 기업들의 세금을 걷어 취약계층을 지원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수조원대 영업적자가 발생했던 2020년에도 정부 지원은 거의 없었다”라며, “유독 정유업계에 대한 규제만 과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계풍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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