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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건축설계 표절 엄정한 잣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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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3-14 09:13:16   폰트크기 변경      

 건축계에 표절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서울 성북구는 설계공모를 통해 선정한 ‘성북청년 스마트창업센터’ 당선작을 취소했다. 민원이 발생하자 지난달 2차 작품심사회의를 열어 심사위원 5명의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이다. 당선작이 경남 진주에 소재한 빌딩과 입면의 디자인요소, 진입 동선의 형태, 평면계획이 유사하다는 이유였다. 설계분야의 표절 관련 논란은 대중적 이슈로 떠오르지는 않지만 드문 일은 아니다.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 천년의 문 등도 표절 시비에 휘말린 사례들이다.

 이들은 설계안을 공개 모집하고 당선작을 공개하는 현상설계, 즉 콤페(Competition)에서 드러난 사례다. 매년 지어지는 수많은 건물 가운데 현상설계는 극히 일부분이다. 건축주와 설계자 간에 계약으로 이뤄지고 설계안이 공개되지 않는 민간건축에는 더 많은 사례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소송으로 번져 세간의 이목을 모은 부산 기장 ‘웨이브온’ 건물 등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건축물도 법에 규정된 엄연한 저작권 보호대상이다. 음악이나 미술, 문학작품처럼 창작물로 본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다른 분야처럼 이슈가 되지 못한 것은 건축 관계자들도 알고도 모른 척하는 등 인식이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저작권 기준도 뚜렷하게 명시돼 있지 않고 시정을 요구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소송까지 가야 하는 힘든 여정도 한몫한다.

 공공은 물론 민간 건축물도 공공성을 지닌다. 건물 하나가 도시의 이미지를 바꾸고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가 되는 시대다. 사회적 역할과 기능도 중요하지만 지어지는 과정도 공정해야 한다. 왜곡된 건축문화를 바로잡고 건축가들의 창작 의욕을 높여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토대이다. 다른 사람 아이디어를 죄의식 없이 베끼고 훔치는 사회에서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건물을 기대할 수 있겠나. 표절한 건축사에 대해서는 공모 참가 자격을 5년 동안 제한하는 등 관련 규정을 강화할 필요하다는 지적이 의미 있게 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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