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물량 공급처였던 ‘학교공사’
인구 급감에 신규사업 자취 감춰
출생아수 24.9만명…최저치 경신
폐교재산 중 2558개교 매각
서울서도 문닫는 학교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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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공사는 한때 건설사들에 주요 물량 공급처였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인구가 몰리면서 여기저기서 신도시를 비롯한 도시개발사업이 펼쳐졌고 학교는 기본시설로 들어섰다. 1990년대를 지나 2000년대 들어서도 학교시설 물량의 발주는 그치지 않았다. 건설사들 가운데 학교공사에 특화한 업체들도 있을 정도였다. 이런 호황은 이제 옛얘기다. 아니 전설로 남게 됐다. 급격한 인구감소로 인해 서울에서도 문을 닫는 학교가 나오는 상황이 됐으니 말이다. 여기서 교육당국의 고민도 생겼다. 늘어나는 폐교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다. 공익을 고려한 활용은 제한적이다. 그렇다고 그대로 방치해두면 여론의 뭇매를 맞는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과거 학교를 건설한 건설사들이 교육당국의 고민에 동참해 보는 것은 어떨까? 단 지역친화적이면서 공익적인 아이디어가 참여의 전제조건이다.
-학생수 감소에 늘어나는 폐교
지난 2일 전국에서 일제히 초등학교 입학식이 열렸다. 그런데 40년 역사의 서울 광진구 화양초등학교 교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지난달 소규모학교 운용 효율화 방안에 따라 폐교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출생아 수 감소가 이어지면서 문을 닫는 학교도 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잠정)으로 역대 최저를 경신했다. 2015년 43만8000명을 찍은 후 매년 역대 최저를 경신하고 있는 것이다.
출생아 수의 감소는 학생 수 감소로 이어진다. 교육부의 교육기본통계를 보면 2000년 854만9865명이던 유ㆍ초ㆍ중등 학생 수가 매년 줄어 2022년에는 587만9768명에 그쳤다. 12년새 276만명이 줄어든 것이다. 학생 수가 줄면 당연히 학교 수도 준다. 2018년 2만967개교로 최정점을 찍었던 유ㆍ초ㆍ중등학교 수는 지난해 2만696개교로 정점 대비 271개교가 감소했다.
학교 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폐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폐교는 얼마나 될까? 올해 기준은 현재 교육부가 집계 중이어서 이달 말에나 나온다. 작년 3월1일 기준으로 보면 전국적으로 3896개교가 문을 닫았다. 이 가운데 2558개교는 매각했고 598개교는 임대, 389개교는 교육청 자체 활용 중이다. 351개교는 활용계획을 수립 중이다. 임대된 학교는 193개교가 교육시설로, 29개교는 사회복지시설로 쓰이고 있다. 84개교는 문화시설로, 12개교는 공공체육시설로, 232개교는 소득증대시설로, 나머지 48개교는 기타 등의 방법으로 활용 중이다.
그동안 폐교는 젊은층이 사라진 지방, 그것도 벽지의 일로 여겼다. 그런데 서울에서도 학생 수 감소로 폐교되는 일이 종종 벌어졌었다. 처음이 1999년 강서구의 오곡국민학교였다. 이 학교부지는 당시 영구아트에 매각됐다. 이후 20여년이 지난 2020년 강서구 가양동의 염강초등학교와 공진중학교가 폐교됐다. 올해에는 광진구 화양초등학교가 문을 닫았다. 내년 초에도 도봉구 도봉고, 성동구 덕수고ㆍ성수공고 등 3개교가 사라진다.
서울시교육청은 폐교에 대해서는 학교별로 외부용역을 통해 활용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2020년 폐교된 공진중학교에는 생태전환 교육을 위한 환경교육체험관이 조성 중이고 염강초등학교는 허브유치원으로 활용된다. 내년 폐교되는 덕수고 부지에는 융ㆍ복합 교육 플랫폼이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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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해양레포츠센터 2009년 폐교된 경북 울진군 매화면 매화초 덕신분교장이 해양레포츠 교육 및 체험시설로 변모했다. 울진군은 덕신분교장을 매입해 여기에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의 해양 체육시설을 조성했다. 본관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스쿠버 풀을 만들었다. 2020년 11월부터 스쿠버 봉사단체 신비한 바다세상이 위탁운영을 하고 있다. 사진=울진해양레포츠센터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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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산 녹색체험터 경북 영천시는 2016년 폐교된 자천중학교를 매입해 녹색체험터를 만들었다. 본관에는 사무실, 녹색체험놀이터, 녹색교육장, 그린라이브러리 등을 조성했고 야외에는 집라인, 꿈틀이시소, 스파이더 놀이터 등을 만들어 자연친화적인 체험환경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2022년 정식 개장했다. 사진=교육부 행복한교육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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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노리캠핑장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판대리에 위치한 마루노리 캠핑장. 이곳은 원래 지정초등학교 판대분교장이었다. 1994년 3월 폐교된 학교부지를 2011년 개인이 유상대부해 캠핑장으로 운영 중이다. 건물은 펜션 및 카페, 다목적실로 이용 중이고 운동장은 캠핑장과 체험ㆍ놀이시설로 탈바꿈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고캠핑 |
-폐교 활용, 고민하는 교육청
교육당국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폐교의 활용이다. 그냥 방치했다가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고, 그렇다고 공익적 목적없이 개발논리에 맞춰서 활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교육부는 폐교를 주민을 위한 다양한 공공시설로 활용하겠다는 게 기본방침이다. 이를 위해 권장시설 범위를 정해 놓았다. 크게는 교육용 시설, 사회복지시설, 문화시설, 공공체육시설, 소득중대시설 등이다.
교육용 시설로는 체험학습장, 박물관, 미술관, 평생교육 시설 등을 예시했다. 사회복지시설로는 노인요양시설, 장애인복지시설, 마을정보화센터 등을 꼽았다. 문화시설로는 문화ㆍ예술작업장, 주민 문화체험장, 공예품 전시장 등을 들었다. 공공체육시설로는 주민체육시설, 야구연습장, 수상레포츠교육 등을 예시했다. 소득증대시설로는 지역특산물 가공장, 농촌체험시설, 경작지 등을 꼽았다. 이 밖에 캠핑장, 도서관, 태양광 연구소, 고시원, 창고, 주차장 등의 시설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교육부는 폐교재산의 활용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통해 폐교재산을 공적용도로 활용할 경우 수의계약을 허용하고 대부료 감면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 또 폐교가 지역주민을 위한 각종 생활형SOC시설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폐교의 활용이 쉽지는 않다. 도시의 경우 여러가지 용도로 활용할 수 있지만 지방은 사정이 다르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폐교를 자체 활용할 여력이 없어 대부분 매각이나 대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폐교의 가치가 낮아 찾는 이가 없고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주변 인구도 감소해 폐교의 가치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각 지역교육청의 폐교재산 활용 사례들 가운데 우수사례를 모아 지역교육청들과 공유하고 있다”며 “폐교재산이 공공시설로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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