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장관을 역임한 아흐메드 자키 야마니(Ahmed Zaki Yamani)가 2000년 6월 영국의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그는 1973년 석유수출국기구(OPEC) 주도하에 유발된 1차 오일쇼크를 통해, 이른바 ‘7공주(Seven sister)’로 불리던 석유 메이저 회사로부터 원유시장 주도권을 가져오는 데 앞장섰던 인물이다. 당시 인터뷰에서 앞으로 30년 후면 석유는 땅 위에 남아돌고 있을 것이고 아무도 사려하지 않을 것이라는 석유부국에 대한 종말론적 시각도 함께 제시했다. 그의 시한부적 예측을 의식해서인지 중동 산유국들의 탈석유화 정책은 대부분 2030년을 기한으로 추진되고 있다.
부강한 중동 산유국의 오늘을 만든 장본인으로 일컬어지는 그의 시한부적 발언을 통해, 중동 산유국들의 석유패권에 대한 근원적인 불안감을 엿볼 수 있다.
물론 플라스틱에서부터 최신 의약품, 각종 음식물에 이르기까지 석유화학에 의존하고 있는 현 상황에 비춰 볼 때 야마니가 언급한 석유시대의 완전 종말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인류가 석유를 에너지로 사용해온 세월보다 훨씬 오랜 기간 석유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도 아직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향후 기술발전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성장과 함께 석유에 대한 의존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위기의식에서 중동의 산유국들은 그리 멀지 않은 포스트오일 시대를 선점하기 위해 발빠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가 그 경쟁의 첫 스타트를 끊은 이후 주변에 위치한 바레인과 카타르 역시 후발주자로서 경쟁에 뛰어들었다. 사우디는 ‘두바이가 보여주지 못한 것을 보여 주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각종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의 상승기류는 현지에서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두바이는 사우디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주류의 구매제한을 해제했고, 그동안 금기로 여겨졌던 카지노 산업도 허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 역시 출장자들이 방문할 때마다 달라지는 것이 느껴진다고 할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주변 국가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이처럼 중동 산유국들은 막대한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중동의 허브국가 지위를 놓고 다투고 있으며, 이와 함께 열리게 될 건설 프로젝트 시장에 세계 각국의 건설 플레이어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으로 이루어진 한-UAE간 300억달러 상당 투자유치와 왕세자의 방한에 맞춰 발표된 사우디아라비아 투자협약 등의 외교성과를 ‘중동 붐’으로 이어가기 위해 후속 행보에 나선 상황이다.
정부는 연간 해외 수주금액 500억달러를 목표로 민관 합동 ‘팀코리아’를 구성해 해외 인프라 공사 수주 활성화에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작년 9월 4000억원 규모의 플랜트·건설·스마트시티(PIS) 펀드 조성, 수출입은행 해외 발주처 금융지원 한도 확대,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의 자본확충 등 금융지원책을 담은 ‘해외 인프라 수주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향후 이런 움직임이 제2의 중동 붐으로 이어질지는 현재로선 단언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변화를 기회로 삼아 한 단계 높이 도약할 것인지, 한때의 산들바람으로 지나쳐 버릴 것인지는 우리의 도전의식과 민관 공조하에 전략적 대응과 철저한 준비에 달려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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