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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ㆍ같은 주식 증여받은 공익법인들… 대법 “선후관계 따져 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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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3-20 12:55:32   폰트크기 변경      
오뚜기 창업주, 공익재단ㆍ교회ㆍ미술관에 주식 출연

“출연자가 고려한 ‘비과세’ 순서 고려해 과세해야”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여러 공익법인이 같은 날, 같은 주식을 출연받았더라도 단순히 주식을 동시에 출연받은 것으로 간주해서는 안 되고, 출연 시기와 순서를 따져 증여세를 매겨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남서울은혜교회와 밀알미술관이 “증여세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삼성세무서를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오뚜기 창업주인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은 지난 2015년 11월 남서울은혜교회(1만7000주ㆍ지분율 0.49%)와 밀알미술관(3000주ㆍ0.09%), 밀알복지재단(1만주ㆍ0.29%) 등 공익법인 세 곳에 오뚜기 주식 총 3만주를 출연했다.

문제는 당시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상 공익법인이 내국 법인의 의결권 있는 주식이나 출자 지분을 출연받은 경우에는 해당 법인이 발행한 주식 총수의 5%까지만 증여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함 회장은 앞서 1996년 오뚜기재단에 이미 주식 17만주(4.94%)를 증여한 상태였다.

이에 교회와 미술관, 밀알복지재단은 미술관이 받은 주식 가운데 미술관 몫 주식 2000주(0.06%)를 제외한 나머지 2만8000주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신고했다. 함 회장이 세 단체와의 합의에 따라 ‘미술관, 교회, 밀알복지재단’ 순으로 주식을 출연한 만큼, 가장 먼저 주식을 출연받은 미술관 주식 중 2000주는 과세 면제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세무 당국은 상증세법상 성실공익법인 요건을 충족한 밀알복지재단에는 별도의 기준에 따라 증여세를 취소한 반면, 증여세 신고에서 빠진 미술관 주식 2000주까지 과세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봤다. 교회와 미술관은 각각 73억여원, 13억여원의 증여세를 물게 되자 불복해 소송을 냈다.

1ㆍ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증여세 부과 처분 전체를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2심은 증여세 부과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2심은 특히 “다수의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 출연에 시간적 선후관계가 있더라도 같은 날 주식을 출연받았다면 이를 동시에 출연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교회에 대한 증여세 부과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반면, 미술관에 대한 증여세 부과 처분은 위법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옛 상증세법과 같은 법 시행령은 공익법인이 출연받은 주식이 증여세 과세가액 불산입 한도를 초과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출연 당시’를 기준으로 관련 법령에서 정하는 일정한 주식을 합산하도록 정하고 있다”며 “같은 날 다수의 공익법인에 출연된 주식이라 하더라도 그 출연의 시간적 선후관계가 확인된다면 각 출연 시점을 기준으로 합산 대상 주식을 확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출연자는 증여세 과세가액 불산입 한도 등을 고려해 각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의 출연 시기와 순서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며 “출연이 같은 날 이뤄졌다는 이유만으로 출연자의 의사를 무시한 채 같은 날 출연받은 주식을 모두 동시에 출연된 것으로 의제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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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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