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격 유지하는 리모델링이 재건축보다 난해
내력벽 철거 허용해야 리모델링시장 활성화
이인영 오푸스펄 대표 |
[대한경제=최중현 기자]“리모델링은 아이디어 전쟁터다.” 국내 리모델링 구조기술 분야의 1인자로 꼽히는 이인영 오푸스펄 대표는 “기존 골격을 유지한 채 시공하는 리모델링은 전면 철거 방식의 재건축보다 난이도가 더 높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 리모델링 추진단지들은 1차 안전성 검토 단계에서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더 깐깐한 2차 안전성 검토의 관문까지 넘으려면 새로운 방향의 접근법이 중요하다는 게 이 대표의 조언이다.
이인영 대표는 DL이앤씨(옛 대림산업)를 거쳐 1994년 회사를 창립했다. 오푸스펄은 작품을 뜻하는 ‘Opus’와 프로 구조기술사를 의미하는 ‘pear’, 그리고 빛을 뜻하는 ‘luminant’의 첫 글자(l)를 모아 지었다. 고객 요구를 충족할 최상의 설계 작품을 제안하는 구조기술사로 빛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리모델링에 투신한 것은 국내 첫 리모델링단지인 서울 압구정 아크로빌의 구조설계를 맡으면서다. 당시 DL이앤씨의 일원이었던 이 대표는 탁월한 기술감각을 발휘해 공사기간은 3분의 1로 줄이고, 보강공사비를 무려 40%가량 절감했다. 그 이면에는 이 대표의 리모델링에 대한 열정이 자리한다.
열정은 신기술로 이어졌다. 리모델링 기술의 단점을 보완한 새 공법 개발로 특허를 잇따라 취득했다. 리모델링 기술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오푸스 거더(girder) △오푸스 파일(pile) △오푸스 패스(pass) 등 3가지 특허기술이 대표적이다. 오푸스펄은 최근 DL이앤씨와 함께 산본 7단지 우륵, 산본3단지 율곡아파트의 리모델링에 3가지 신기술을 적용했다.
이 대표는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새 공법이지만 전혀 어려운 것이 아니다”라며 “기존과 다른 방향의 새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것이어서 기초 공학지식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인영 오푸스펄 대표가 <대한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리모델링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최근 수직증축 리모델링과 관련해 안전성 검토 등 문턱이 높아 어차피 안 될 것이란 비관론이 팽배한 점에 대해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리모델링 관련 기술자들이나 사업자들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나 2차 안전성 검토 책임자들이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장애가 된다고 인식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특히 비관론 아래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건설기술연구원 등의 담당자들을 실제 만나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 지금까지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위한 2차 안전성 검토를 통과한 단지는 서울 송파 성지아파트와 대치 현대1차 아파트가 전부다. 하지만 탄탄한 기술적 기반만 갖추면 얼마든지 활로를 뚫을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조언이다.
그는 “분당 느티마을3ㆍ4단지의 2차 안전성 검토 결과를 분석하면서 기존 설계의 기술적 문제를 발견했는데, 이를 극복할 공법 개선을 진행 중이다”며 “건설기술연구원의 책임자도 여러차례 만나 기술적 해법을 논의, 상담하면서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1기 신도시 특별법(노후 계획도시 특별법)이 발의되면서 리모델링 위기가 점쳐지고 있지만 특별법이 리모델링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란 게 그의 믿음이다. 무엇보다 친환경적 특성상 리모델링의 미래는 밝다고 믿는다.
이 대표는 “재건축은 환경 등의 걸림돌 탓에 중장기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반면 리모델링은 세대수를 15% 늘려 생활 환경을 개선하면서도 환경 피해까지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리모델링 시장의 화두인 내력벽 철거에 대해서도 자신하고 있다. 그는 “내력벽 철거를 허용해도 기술적으로 안전을 확보하는 데 문제가 없다”며 “전면 철거방식의 재건축보다 친환경적인 리모델링의 활로를 틔워줘야 한다. 그것이 국가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도시정비 및 재생의 방향이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최중현 기자 hig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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