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계풍 기자] 한화그룹과의 인수합병(M&A)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화려한 부활’을 코앞에 둔 대우조선해양이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1973년 대한조선공사 옥포조선소에서 출발한 대우조선해양은 1978년 대우그룹 품에 안기면서 대우조선공업으로 사명을 바꿨다.
대우조선해양은 한때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조선사였다. 1979년 국내 최초로 화학제품 운반선을 건조한 데 이어 1992년에는 한국 최초로 전투잠수함인 이천함까지 건조하며 선박 수주 ‘세계 1위’란 타이틀까지 거머쥘 정도였다. 하지만, 그 영광은 오래가진 못했다.
대우조선해양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시절 첫 위기를 맞았다. 1999년 대우그룹이 외환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해체되는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은 워크아웃(재무구조개선)에 들어갔고, 출자전환을 통해 대주주가 된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게 됐다. 그 사이 사명도 대우조선공업에서 대우조선해양으로 바꿔 달았다.
이후 2008년, 2009년, 2012년, 2014년 등 수차례의 매각 기회가 있었지만, 금융 위기와 특혜 논란 등에 휩싸이며 매각이 무산됐다.
산은은 2019년 국내 조선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그룹(현 HD현대)에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현대중공업그룹,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 체제로 분산된 국내 조선업 구도를 양강 구도로 재편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이 시장 독과점을 우려해 양 사의 기업 결합을 불승인하면서 매각이 불발됐다.
대우조선해양이 세금만 잡아먹는 ‘부실 공룡’이라는 꼬리표만 달린 채 대표적인 구조조정 실패 사례로 남게 된 배경이다.
2022년 대우조선해양에도 21년 간의 ‘수난시대’에 마침표를 찍을 기회가 찾아왔다. 2008년 당시 6조3000억원 규모의 거금을 들일 정도로 강력한 인수 의지를 내비쳤던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또다시 뛰어든 것.
한화는 글로벌 방산 업체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최근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디펜스 등 계열사 3곳으로 분산된 방산 부문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한 것도 계열사 간 시너지를 높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군함ㆍ잠수함 등 특수선 건조에 특화된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이 마무리되면 세계 10위권 방산기업까지 노려볼만하다는 평가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은 현재까지 15척의 잠수함과 군함을 인도네시아, 영국, 노르웨이 등 해외에 수출할 정도로 특수선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한화는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사업 부문에서도 시너지를 꾀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사업은 한화의 핵심 신사업 중 하나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이 공을 들여온 분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한화의 기존 LNG 수입ㆍ발전 사업에 대우조선의 LNG 해상생산기술 및 운반 능력 등이 합쳐지면 생산에서 운송, 발전으로 이어지는 친환경 에너지 밸류체인을 완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화는 지난해 12월 대우조선해양 지분 49.3%에 해당하는 신주 발행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하고 새로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현재 한화는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를 위해 국내 및 해외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에 나선 상태다. 지난 2월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베트남, 중국, 싱가포르,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냈다. 이제는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의’라는 최종 관문만 통과하면 모든 인수 절차가 마무리된다.
이계풍 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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