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용도변경 못하는 초고층, 거대한 쓰레기 더미 우려”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3-04-07 05:00:14   폰트크기 변경      
[인터뷰] '초고층 구조설계 전문가' 최희선 전 TT 부사장

초고층빌딩 대부분 용도 제한적
미래도시에선 바꿔쓰기 어려워
지속가능 구조설계로 바꿔야

탄소저감 위한 재료 선택
수명연장 솔루션 개발 필요


[대한경제=김태형 기자] “오직 결혼식을 위해 만든 웨딩드레스를 평생 입을 옷으로 디자인한다면 어떻게 달라질까요. 아름답고 멋진 디자인 요소는 그대로겠지만 미래의 내 몸무게 변화까지 생각해서 좀 여유있게 설계할 겁니다. 초고층 건물도 마찬가지예요. 앞으로 100년을 쓰려면 유연한(flexible)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최희선 TT 전 부사장

최희선 전 손튼-토마세티(Thornton-Tomasetti, 이하 TT) 부사장은 6일 <대한경제>와 인터뷰에서 “이제는 초고층빌딩도 지속가능한 구조설계 솔루션으로 바꿔야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전 부사장은 세계적인 구조설계회사인 미국 TT에서 25년간 일하며 한인 여성 건축구조기술사로 최고위직(Senior Principal)까지 오른 초고층 구조ㆍ설계 분야의 권위자다.

19세 때 미국으로 건너간 한인 1.5세로, 맨해튼 쿠퍼유니온에서 토목공학 학사를,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건축구조공학 석사를 이수했다. 이후 구조설계회사인 와이들링거 어소시에이츠를 거쳐 1998년부터 TT에서 일하면서 세계에서 9번째로 높은 ‘타이페이 101’과 현존하는 최고층 쌍둥이빌딩인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등 다수의 초고층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또한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인 알투마마 스타디움의 구조설계팀을 이끌었다. 강구조설계 필독서인 ‘예제로 배우는 강구조설계’의 공동저자로도 참여했다.

최 전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CTUBH)에서 발표자로 나서 초고층빌딩 중심의 ‘수직도시(vertical city)’를 진짜 최적화(Optimization)하려면 한국에서 유행한 ‘아(Save)ㆍ나(Share)ㆍ바(Exchange)ㆍ다(Reuse) 운동’을 주목해야 한다고 제안해 갈채를 받았다.

그는 “도시는 구역별로 용도 변경이 가능하지만, 수직도시인 초고층빌딩은 대부분의 용도가 제한적이어서 미래 도시에선 바꿔쓰기가 수월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세계 100대 초고층 건물의 절반(50%)은 ‘주상복합(Mixed-use)’이고, 나머지 36%는 ‘오피스’, 14%는 ‘주거’ 용도다. 건물을 지은 주재료를 보면 93%가 다양한 합성(compostite)이고, 이어 스틸(23%), 콘크리트(7%), 콘크리트+스틸(6%) 순이다.

최 전 부사장은 “용도를 딱 정해놓고 해당 하중에 맞춰 구조설계를 하면 그 층은 나중에 용도를 바꿔 쓸 수 없다”며, “유연한 구조설계와 함께 포스트텐션(post-tensionㆍ후장력)ㆍ철근콘크리트 슬래브, 전단벽(shear wall) 등을 미래에 구조변경이 가능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탄소저감을 위한 재료 선택과 고층 건물의 수명 연장을 위한 다양한 솔루션 개발을 당부했다.

최 전 부사장은 “60∼100층짜리 초고층 건물은 재건축이 불가능해서 우리와 오랫동안 함께 해야 한다”며, “초고층 건물을 ‘거대한 콘크리트 쓰레기 더미’로 후손들에게 남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재활용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형 기자 kth@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프로필 이미지
산업부
김태형 기자
kth@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