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백경민 기자] 합산 방식의 벌점제도가 지난달부터 시행된 가운데, 건설엔지니어링사업자의 무사망사고 경감기준 적용 등을 골자로 한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법제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고꾸라졌다.
법제처는 개정령(안)에 포함된 내용 중 과거 부과 받은 벌점을 소급 적용하는 것이 법리에 어긋난다는 판단과 함께, 신설된 벌점 면책 규정도 법률에서 다뤄야 할 문제로 선을 그었다.
13일 관계기관과 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0월 입법예고한 건진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에 대해 최근 법제처로부터 재입법예고를 해야 한다고 통보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개정령(안)은 건설사업자와 주택건설등록업자에 한했던 무사망사고 경감기준을 건설엔지니어링사업자에게도 적용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다. 시행령 개정 시점의 차이로 벌점 적용 시점이 달라지지 않도록 이를 소급 적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법제처는 벌점 소급 적용을 진정 소급 원칙에 위배된다고 봤다. 새로운 개정령(안)을 시행하는 데 있어 과거에 받은 벌점을 적용하는 것은 법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건설엔지니어링협회도 법제처 심사 결과를 토대로 법률 자문을 거친 결과, 진정 소급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개정령(안)이 법제처 심사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면서 현재로서는 건설엔지니어링사업자가 합산벌점에 따른 무사망사고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재입법예고 과정을 거치더라도 사전 규제 검토와 의견 수렴 절차, 법제처 심사 등 처음부터 다시 단계별 수순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행령 개정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지난 2020년 11월 관련 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지난달 이미 합산벌점제도가 시행된 가운데, 국토부는 벌점과 별개로 무사망사고 혜택의 경우 시행령 개정과 함께 최대 59%의 경감기준을 적용 받을 수 있도록 조율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제처 심사에 따라 시행령이 개정된 때부터 벌점을 적용토록 바꿔야 한다”며 “업계에서는 상반기 내 재입법예고를 해 달라는 의견이 있지만, 관련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법제처는 또 개정령(안)에 포함된 업체와 기술인에 대한 벌점 부과 면책 규정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었다.
국토부는 당초 벌점 부과 시 업체와 기술인에게 양벌 부과를 원칙으로 했지만, 개정령(안) 입법예고를 통해 소관 책무를 다한 경우 벌점을 받지 않도록 면책 규정을 신설한 바 있다.
법제처는 이같은 규정에 대해 시행령이 아니라 법률에서 다뤄야 할 사항으로 판단했다. 재입법예고 과정에서는 관련 내용도 수정 또는 삭제될 전망이다.
백경민 기자 w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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