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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뮤지엄] ‘無爲作畵’ 이종학ㆍ이안리 부자 초대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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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4-24 16:24:17   폰트크기 변경      
1세대 추상미술 거장과 화단에서 주목받는 신진작가 콜라보

세대 관통하는 독특한 예술적 세계를 담은 추상화 50여점 공개
오는 4월21일∼5월31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 1층 전시
24일 이안리 작가의 ‘라이브 드로잉’ 시연


Ian Lee ,Untitled,2022 Acrylic on canvas 162.2cm x 130.3cm-copy(o)1-copy(o)1


“되도록 여백이 있어야 좋다. /그리고 그리면서 적당히 지워 나타나는 흔적을 조형화하는 일을 즐겨한다. /말하자면 그릴 수 없는 자연을 존중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림 속에 숨어 있는 이미지를 좋아한다.” -생전 이종학 작가노트

<대한경제>가 건설회관 1층(서울 강남구 언주로)에서 운영하는 <대경 뮤지엄>에 가면 1세대 추상미술의 거장 고 이종학 화백과 그의 아들 이안리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안리는 신진 작가이지만 화단(畵壇)에서의 주목도는 선친에 버금간다.

대한건설협회와 건설공제조합이 후원하는 가운데 지난 21일 개막한 ‘無爲作畵’ <이종학ㆍ이안리 부자 초대전>에서는 세대를 관통하는 이종학 - 이안리 만의 독특한 예술적 세계를 담은 추상화 40여 점이 공개된다.

이종학 작고 10주기를 기념해 이안아트(대표 안형준)와 공동기획한 <부자 초대전>은 그 어떤 수식어도 필요없는 우리나라 최초의 시도다. 아들은 아버님의 업적에 누를 끼친다는 이유로 <부자전> 형식을 한사코 거부했지만 ‘이종학 재평가’와 ‘세대관통’이라는 <대경 뮤지엄>의 기획 의도에 공감해 망설임 끝에 참여했다. 두 작가의 미발표작도 다수 선보인다. 전시회는 5월31일까지 열린다. 24일 오픈기념식에서는 이안리 작가가 직접 작업하는 ‘라이브 드로잉’도 진행됐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대경뮤지엄 손효은 총괄 큐레이터는 “故이종학 화백은 ‘국내 최초 앵포르멜 화가’로써 당시 구상과 반구상, 추상을 넘나드는 가교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미술사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전시는 한국현대미술사에 유의미한 족적을 남겼지만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거장 이종학 화백의 미발표 작품을 중심으로 구상-반구상-추상으로 이어지는 그의 작품세계를 다시금 조명하여 한국미술이 지나온 길을 되집어 보고자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손 큐레이터는 또 “이건용과 함께 ‘신체의 회화(아방가르드 미술)’로 주목받는 이안리 작가의 작품들을 통해 두 부자로 이어지는 ‘무위작화’적인 예술세계, 즉 한국적인 추상회화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들 부자의 공통점이라면 단순함, 그리고 경쾌한 운율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24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 대경뮤지엄에서 열린 ‘이종학·이안리 부자 초대전 개막식’에서 이안리 작가가 즉흥적인 라이브 드로잉을 선보이고 있다./ 안윤수 기자 ays77@


박서보ㆍ이우환 등과 견주는 추상미술 거장
서예기법 원용한 획과 여백으로 자연의 이미지 표현
후학 양성과 창작에 집중해 대중에 덜 알려져


<이종학>

고 이종학(1925.10∼2013.9) 화백은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서울대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다. 1950년대 중반부터 비구상(非具象) 작품을 선보인 그는 박서보ㆍ이우환 화백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우리나라 추상미술 1세대 작가다. 유명 작가들과 달리 그는 작품 전시회보다는 후학 양성과 창작에 집중해 대중에 덜 알려지고 화단에서도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많다.



이종학 무제 1975 Oil on canvas 80cm x 100cm-copy(o)1-copy(o)1



이종학 화백의 작품은 서예기법을 원용한 획과 여백으로 자연의 이미지를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추상적인 선을 사용, 구상적인 이미지를 창출해 내는 작업은 그만의 독특미였다.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낸 고 이경성 화백은 1997년 이종학 개인전 서문에 “이종학 작품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동양적 상념의 조형화이다. 그는 그것을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하여 형태와 색채를 조화시킴으로써 이룩하고 있다. 그 상태를 화가 이종학의 고유한 포름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라고 썼다. 그가 비록 유화라는 서양적인 방법을 취했지만 그의 작품 세계는 한국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찬사한 것이다. 2010년 제8회 이동훈 미술상을 수상했다.


이종학 무제 2008 Oil on canvas 53cm x 45cm (2)-copy(o)1-copy(o)1



이종학은 시단(詩壇)에서도 업적을 남겨 [문예]에 <미루나무>, [동지]에 <아카시아 잎>이 추천되고, 1955년 [현대문학]에 <그림자>가 최종 추천되어 등단했다. 1961년 제7회 현대문학사 신인상, 1978년 한국출판문화상 문공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의 면모가 그의 시 세계 속에서 감각적 묘사, 이미지의 누적 등으로 나타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학여고ㆍ경동고 교사와 문교부 편수관, 인천대 예체능대학 교수와 예술대학장 등 지냈다.



먹과 종이, 캔버스 사이에서 어떤 방해도 받지 않기 위해
붓을 버리고 손가락, 손바닥 등 맨손으로 추상화 작업
느끼는 대로 순식간에 그려 나가는 즉흥성이 특징
금융맨ㆍ사업하다 50대에 데뷔한 ‘늦깎이 화가’


<이안리>

이종학 화백으로부터 화업을 이어받은 이안리 작가는 20대에 처음 작품을 발표했지만 본격적인 활동은 선친 작고 이후인 2015년부터 한 늦깎이 화가다. 유년시절, 당시에는 귀한 아트지로 딱지를 접을 만큼 집안에는 각종 도록과 전시회 팸플릿이 넘쳐났다. 어떤 때는 아버지 호출을 받아 캔버스 바닥을 칠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미술을 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교육자의 길을 함께 걸으면서 유난히도 엄했던 아버지는 그의 그림 전업(專業)을 허락하지 않았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졸업 후 금융맨과 사업가로 살아야 했다.


Untitled ,2016 Ink on Paper 109.1cm x 236.4cm-copy(o)1-copy(o)1


이안리는 먹과 종이, 캔버스 사이에서 어떤 방해도 받지 않기 위해 붓을 버리고 손가락, 손바닥, 팔꿈치 등 맨손으로 추상화를 그린다. 느끼는 대로 순식간에 그려 나감으로써 즉흥성을 최대한 살리는 감정의 기록이다. 화가로서는 늦은 나이에 뉴욕화단에 데뷔했으며 룩셈부르크 등에서 수많은 개인전과 페어전을 열어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명성을 먼저 얻었다. 동양적 사고와 서양적 기법이 믹스된 추상 서예 작품을 만들어 특별한 감흥을 불러왔다.

미술평론가 이선영은 “하얀 종이 위에 빠르게 그은 선으로 이루어지는 이안 리의 작품은 언뜻 동양화의 필획 또는 그러한 필획들을 추상화시킨 그림처럼 보인다”며 “거기에는 먹과 여백을 상기시키는 흑백의 대조 그리고 절도있는 흔적이 만들어내는 형상이 있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an Lee ,Untitled,2022 Acrylic on canvas 162.2cm x 130.3cm-copy(o)1-copy(o)1


이안 리는 5년여 전에 마련한 양평 작업실에서 두문불출하며 작품 활동을 한다. 짙은 묵향이 배어 있는 작업실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작품과 작업도구들이 방문자들을 반긴다. 그는 “아버님과 함께 전시회를 갖는 자체가 불경죄에 속한다”면서 “앞으로 아버님의 업적이 대중들에게 제대로 평가받았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김정석 기자 j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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