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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도체 불황, 정부와 기업이 줄탁동기로 뚫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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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4-27 16:42:48   폰트크기 변경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반도체 적자가 8조원에 육박했다. 산업사이클에 의한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가 겹쳐 사상 최대 적자를 냈다. 기술혁신과 정책지원으로 올 하반기에는 변곡점을 잡아야 할 것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 부문에서 4조58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27일 공시했다. 반도체 부문에서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SK하이닉스도 1분기에 3조40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영업손실 규모가 3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1분기 두 회사의 반도체 적자만 8조원에 가깝다.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와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로 나뉜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의 특징 중 하나가 ‘순환 사이클’이 있다는 점이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IT 기기 수요가 늘면서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가 지난해 말부터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공급 과잉에 따른 재고 부담에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자 구매력 감소까지 겹쳐 역대급 '반도체 한파'가 닥친 것이다.


 가격 하락과 재고 증가를 막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외 반도체 기업들은 감산에 들어갔다. 2분기에는 재고가 더 감소하고, 하반기에는 시황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은 단순한 경제 논리를 넘어 미중 간 패권경쟁의 중심에 있는 지정학적 품목이 됐다. 미국은 ‘반도체과학법’을 통해 2800억달러 예산을 확보해 반도체의 모든 생산 과정이 자국 내에서 이뤄지도록 획책하고 있다. 중국도 최근 미국 마이크론 제품을 상대로 보안심사를 실시해 판매금지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마이크론의 공백을 메우지 않도록 해달라’고 우리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보도됐다. 여차하면 미중 반도체 전쟁에 한국이 휘말려 애꿎은 손해를 입을 지경에 이르렀다. 중국은 한국 반도체의 최대 수요처다. 미국이 자국의 이익 보호를 위해 동맹국의 손실을 강요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정부의 역할이 요구된다.

 지정학적 한계도 초격차 기술력 앞에선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 마침 삼성전자는 이날 생성형 AI 시대에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메모리 제품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의 기술혁신 노력과 정부의 정책지원이 줄탁동기로 상호작용해 반도체 불황을 뚫는 동력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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