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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의 절반, 테크혁신에 투자…기술 없는 中企는 생존 어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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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5-09 05:00:16   폰트크기 변경      
[대경 초대석] 이주홍 한국내진시스템 대표

보강재 첫 조달혁신제품 지정
구조물 중력보강ㆍ내진보강 강자
개발ㆍ생산부터 시공까지 원스톱
생산공장서 수시로 테스트 진행
공법 한계 극복하고 품질도 향상
“조달우수제품 선정도 자신있어”


이주홍 한국내진시스템 대표가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가진  <대한경제>와 인터뷰에서  ‘고강도 난연 보강섬유 구조재’를 활용한 보강공법을 소개 하고 있다./ 사진= 안윤수 기자 ays77@


[대한경제=김태형 기자]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국내진시스템㈜ 대표실 금고에는 특별한 ‘부도 어음’이 있다. 지난 2006년 부산 지역 M건설사가 발행한 약속어음으로 무려 13억원어치다. 당시 구조물 보강공사의 도급사를 운영했던 이주홍 대표는 M사 부도와 함께 공사대금으로 현금 대신 받았던 어음이 휴지 조각이 됐고, 하루아침에 파산 직전에 몰렸다.

벼랑 끝에서도 이 대표는 직원 월급을 먼저 챙겼다. 이어 자재ㆍ공구상, 가설업체 등 거래처를 수차례 찾아가 대금 납기일을 늦춰달라고 호소했다. 그리고 빚을 갚기 위해 닥치는대로 일감을 찾아 전국을 누볐다. 차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전국 현장을 달리다보니, 1년치 주행거리가 12만㎞를 훌쩍 넘겼다. 그렇게 애쓴 덕분에 6년여만에 빚을 전액 상환했다. 값비싼 수업료였지만 회사의 핵심 인재와 주요 거래처를 굳게 지켜냈다. 이 대표와 고난의 시기를 함께 이겨낸 경영, 기술, 재무 담당 임원들은 지금도 그와 함께 일한다.

이주홍 한국내진시스템 대표는 8일 <대한경제>와 인터뷰에서 “17년전 뼈아픈 경험을 통해 도급공사의 한계를 느끼고, 그 때부터 죽기살기로 기술개발에 매달렸다”고 털어놨다.

주인 잃은 약속어음을 17년간 귀중품처럼 금고에 보관하는 이유는 ‘기술없는 기업의 설움을 잊지 말자’는 결연한 다짐이자, ‘기술만이 살길’이라는 경영철학을 되새김하려는 그만의 습관이다.

◇ ‘보수ㆍ보강’ 신기술ㆍ특허 14건 보유

한국내진시스템은 구조물 중력보강 및 내진보강 전문기업이다. 구조물에 대한 다양한 보강기술을 개발, 생산하고 이를 직접 시공까지 수행하는 보기 드문 회사다. 보수ㆍ보강 관련 신기술 및 특허 14건을 보유하고 있고, 광주시 곤지암에 생산공장을 직접 운영한다.

이 대표는 “경제성장과 인구구조 변화로 각종 시설물과 건축물이 신축에서 유지ㆍ보수 및 리모델링 시장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며, “이에 비해 상당수 구조보강 기술들이 외국 기술을 그대로 베끼거나 실제 성능에 대한 고려없이 다소 무분별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사의 간판 기술인 ‘고강도 난연 보강섬유 구조재’를 활용한 보강공법이 탄생한 배경이다. 이 공법은 △강재(강판) △탄소섬유 △아라미드(아로마틱 폴리아미드) △단면 증설 등 기존 단일 재료 보강공법의 한계를 개선했다는 평가다.

강판은 부식에 취약하고 곡면 시공이 어려운데다, 앵커로 인한 구조물 손상 등이 취약점이다. 탄소섬유는 혁신적인 소재지만 전도체여서 전기실ㆍ지하철ㆍ터널 등에 적용하기 어렵고, 콘크리트와의 열팽창계수 격차로 인한 취성파괴(갑자기 부서지는 현상) 가능성이 높다. 아라미드는 높은 원가 탓에 경제성이 낮다. 또한 전통적인 단면증설 공법은 콘크리트 구조체를 덧붙여서 보강하는 재래식 기술로, 기존 구조물에 손상을 입힐 수 있고 시공 난이도가 높은데다 자중(무게) 증가가 너무 크다.

이 대표는 “우리 기술진은 적정 연성을 지닌 고강도의 유리섬유를 기반으로, 인장강도를 보완할 수 있는 초고강도 섬유(탄소ㆍ아라미드)를 혼합해 최적 강성과 연성적 거동, 구조거동의 방향성을 모두 충족시키는 최적의 레시피(배합비율)를 찾아냈다”며, “철저한 품질관리를 위해 생산공장에서 수시로 테스트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고강도 난연 보강섬유 구조재는 크게 패널형과 시트형 두 종류다. 패널형은 벽체와 슬래브(바닥ㆍ천정)에, 시트형은 기둥 보강에 주로 쓰인다. 특히 가볍고 유연해서 벽지처럼 붙여쓰는 시트형은 필로티 건물의 기둥 보강에 탁월하다. 지난 2월 튀르키예(터키) 대지진 때 피해가 컸던 벽돌 조적(쌓아올림) 구조보강에도 적용 가능하다. 이 회사 제품은 QR코드를 부착해 제품 이력 추적도 가능하다.


이주홍 한국내진시스템 대표가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가진 <대한경제>와 인터뷰에서 ‘고강도 난연 보강섬유 구조재’를 활용한 보강공법을 소개 하고 있다./ 사진= 안윤수 기자 ays77@


◇ 대표 집무실은 ‘인증서 박물관’

한국내진시스템의 구조보강 기술은 최근 5년간 공공기관에 107건 적용돼 약 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까다로운 각종 인증을 통해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현장 적용으로 재검증한다는 이 대표의 ‘인증 우선주의’가 빛을 발한 것이다. “중소기업이 제대로 된 가치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우수한 기술 뿐”이라는 신념이 밑바탕이다. 그의 집무실 한쪽 벽은 각종 인증서로 도배되다시피했다.

이 회사의 구조보강 기술은 국내 건축구조분야 최고 전문가단체인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로부터 ‘2015년 10대 기술’에 선정되면서 인지도를 쌓았다. 이어 2019년 3월 국토교통부의 건설신기술(제863호)로 지정됐고, 그해 7월 산업통상자원부의 ‘녹색기술’ 인증을 받았다.

혁신적인 기술로 확보한 구조적 안전성과 우수한 시공성ㆍ경제성은 물론이고 최종 사용자의 안전을 고려해 친환경 재료를 채택한 것이 주효했다. 고강도 난연 보강섬유 구조재는 30㎡ 면적의 시설물 1000곳에 적용하면 기존 공법 대비 약 72만㎏(CO2/㎏)의 탄소저감 효과가 있다. 이는 10년생 소나무 약 80만그루를 심은 것과 맞먹는다. 또한 화재시 인명과 재산을 보호해주는 난연성과 톨루엔ㆍ폼알데하이드 등 유해성 물질 기준도 충족한다. 한국물기술인증원의 ‘KC(위생안전기준)’ 인증, 중소벤처기업부의 ‘녹색제품’ 인증을 통해 이를 검증받았다.

공공발주처도 한국내진시스템의 보강공법을 잇달아 신기술로 지정했다. 2019년 한국수자원공사(K-water)의 신기술 사용협약을 시작으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신기술로 지정(인증)했다. 이어 지난해 3월에는 SOC공공기관협의체인 ‘SOC기술마켓 인증기술’로도 등록됐다.

그리고 지난해 7월에는 ‘난연성, 친환경성, 내진성능을 보유한 콘크리트 구조물 보강용 경량 섬유 보강재’가 보강자재 최초로 조달청의 ‘혁신제품’으로 지정됐다.

이 대표는 “2010년 특허등록 후 물성시험, 구조해석, 실물시험 등을 거치고 실제 현장 적용해 최종 성능을 검증하는데까지 약 9년이 걸렸다”며, “건설신기술 취득에 6억5000만원 등 해마다 수익의 절반 가량을 기술투자에 쏟아붓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국내 판로확보의 최정점인 ‘조달우수제품’에 도전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모든 임직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기술개발에 집중해준 것이 원동력”이라며, “우수한 기술을 바탕으로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건실한 기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태형 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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