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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주로 칼럼]지출을 줄이면 생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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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5-11 06:00:15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권해석 기자]껑충 뛴 물가에 식당 가격표를 보면 지금도 흠칫 놀랄 때가 있다. 각종 재료비에 전기ㆍ가스 등 공공요금까지 많이 올랐다니 이해가 안 되는 바는 아니지만, 앞자리 숫자가 바뀐 영수증에 시선을 고정되는 것도 현실이다.

이런 경험을 몇 번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외식 횟수가 줄어든다. 유리지갑 직장인의 경제 구조는 간단하다. 들어오는 돈은 그대로니 나가는 돈을 줄일 수밖에.

올해 5월은 그래서 더 힘들다. 가정의 달은 곧 외식의 달이니 말이다.

들어오는 수입은 정해져 있는데, 예상치 못한 지출이 늘었으면 다른 곳에서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 여가 활동을 줄이거나 가전제품 같은 상품 구매 시기를 미루면서 ‘수입ㆍ지출’을 관리해야 한다. 줄이고 줄여도 쓸 돈이 부족하다면 마이너스 통장의 힘을 빌리게 되는데, 그야말로 마지막 수단이다.

요즘 나라 살림도 비슷한 상황이다.

당초 정부는 올해 400조원이 넘는 세수를 예상하고 지출 계획을 잡았다. 하지만 올해 3월까지 걷힌 세수는 작년보다 24조원이 부족하다. 쓸 곳은 정해져 있는데, 쓸 돈이 없는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법인세가 문제다. 3월까지 덜 걷힌 법인세액은 6조8000억원에 달한다.

법인세 감소는 만성화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정부가 기업 부담을 줄여주겠다면서 대대적인 감세 정책을 내놨고, 법인세율이 구간별로 1%포인트씩 내려갔다. 당시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이 25%로 주요 국가보다 높아 기업 투자 유치에 불리하다는 이유였다.

법인세가 기업투자를 결정하는 핵심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지만, 기업이 세금이 낮은 곳을 찾아 이동하는 현상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런 이유로 주요 국가에서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내려왔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법인세 인하 경쟁이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글로벌 자본 유치를 위한 법인세 인하 경쟁은 궁극적으로 개별 국가에는 심각한 세수 결손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이른바 조세피난처의 유해성을 경고한 것도 국가 간 나쁜 조세 경쟁이 불러올 부작용을 고려해서였다.

아무튼 세수 부족은 현실이 됐다. 일단 정부가 선택한 방식도 허리끈 졸라매기다.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을 통한 대응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세금이 덜 들어오면 쓰는 돈을 아끼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수입이 줄 때 지출을 줄이는 것은 개별 가계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지만, 국가로 보면 꼭 그렇지 않다. 내가 소비를 줄이면 다른 누군가의 소득이 감소한다는 의미인데, 국가의 지출 감소가 주는 경제적 파장은 개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 때문에 감세 정책을 펼 때는 경제 상황을 면밀하게 따져 세수 여건 변화를 고려해야 하는데, 과연 그 절차를 제대로 밟았는지 의문이 든다. 만약 감세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다소 낙관적인 세수 추계를 했다면 지금이라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정부 지출 감소로 국민 소득이 감소하는 일은 막을 수 있다.

권해석 기자 hae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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