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건설노조 ‘사상초유’ 노숙집회...“경찰, 빌미 줬다면 충돌했을 것”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3-05-17 01:42:09   폰트크기 변경      

경찰, 야간집회 금지 명령에도 

건설노조, 1만명 노숙 시위 진행

도로 위까지 올라와 술판 벌이기도

17일은 4만명 모여 결의대회 진행 


노조탄압 중단을 촉구하며 총파업 결의대회에 나선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용산 대통령집무실 방면으로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 사진: 연합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정부의 노조에 대한 강압적인 수사 중단을 요구하며 1박2일 일정으로 상격집회를 실시한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16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노숙 시위를 하며 늦은 밤까지 극심한 교통 혼잡과 정체가 이어졌다. 일부 노조원들은 인도까지 올라와 돗자리를 깔고 술판을 벌이며 퇴근길 시민들의 불편함도 심화됐다.

건설노조는 이날 오전엔 정부서울청사·경찰청·서울고용노동청·서울대병원 등 4곳에서 사전 집회를, 오후 2시부턴 서울 세종대로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연 뒤 이태원 참사 200일 추모 촛불문화제에도 참여했다.

주최 측 추산 약 3만명, 경찰 추산 약 2만4000명이 참가한 이번 시위는 지난 1일 분신해 숨진 건설노조 간부 양회동씨를 추모하고 노조탄압 중단과 강압수사 책임자 처벌, 윤석열 정권 퇴진 등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진행됐다.

집회에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야권 인사들이 찾아 발언하기도 했다. 또 건설노조는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와 함께 촛불 문화제를 한 뒤 오후 8시30분부터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까지 행진했다.

민주노총 전 고위 간부는 “건설노조의 행보를 보니, 이번 사건을 정치화해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가 확연하게 느껴진다”라며, “경찰이 만에 하나 빌미를 줬다면 분명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을 것”이라고 짚었다.

경찰은 당초 야간집회를 금지했으나, 서울행정법원이 2000명 이하 참가 등을 조건으로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받아들이면서 행진이 진행됐다. 이로 인해 숭례문 오거리에서 세종대로 사거리까지 5개 차로가 통제되면서 도심에선 퇴근길 교통 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6000여 명을 투입해 행진 및 집회를 통제했으나 교통 정체와 시민 불편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교통 체증 심화로 버스 도착이 늦어지자 시민들은 지하철로 발길을 돌렸고, 자가용 이용자들은 5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30~40분 가량 소요하며 거북이 이동을 해야했다.


밤이 깊어지자, 집회에 참여한 인원 2만여명 중 수도권에 거주하는 노조원들이 귀가했고 남은 약 1만명이 노숙 집회를 이어갔다. 리무진 버스를 대절해 상경집회에 참석한 지역 지부 간부들은 버스 안에서 잠을 청했지만, 대부분 조합원은 서울광장·청계광장·동화면세점과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돗자리와 은박지 매트를 깔고 말그대로 노숙을 했다. 특히 일부 노조원들이 인도 위에 자리를 잡고 술판을 벌이며 시민 통행에 큰 불편을 야기하기도 했다.

또, 좁은 공간에 1만여명이 몰리며 화장실 문제가 불거졌다. 인근 상가 화장실 사용이 제한되자, 공공장소를 화장실로 활용하는 조합원들이 곳곳에서 포착되며 민원이 제기됐다.

경찰은 인도와 청계광장 등에서 노숙하면 안된다고 경고했으나 강제로 참가자들을 해산하지는 않았다.

민주노총 간부는“24시간 야간집회 신고를 했는데도 경찰이 야간집회를 막으며 오후 3시까지 혼선이 빚어졌었다”라며, “건설노조에 대한 경찰의 이중잣대가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이번 집회에서 다시 한번 확인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다른 민노총 관계자는 “경찰이 이날 오전 야간집회 금지를 발표하며, 한때  내부에서 차라리 강신명 전 경찰청장 시절처럼 강행 돌파를 해 여론의 이목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 외로 경찰이 물리력을 동원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17일 오전 출근시간대 시민들이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전날 밤 총파업 결의대회 후 노숙하고 있는 민주노총 건설노조원들을 지나치고 있다. 이날 건설노조를 포함한 민주노총은 오후 2시 숭례문 앞에 집결해 결의대회를 열고 삼각지역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 사진: 연합


한편, 17일에는 건설노조를 포함한 민주노총이 오후 2시 숭례문 앞에 집결해 결의대회를 열고 삼각지역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이날 집회 참여 인원은 약 4만명에 달할 것으로 주최측은 전망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관련기사
프로필 이미지
건설산업부
최지희 기자
jh606@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