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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용의 건설이슈 파이팅]진화하는 S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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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5-17 09:26:38   폰트크기 변경      
사회 발전ㆍ시대 변화 따라 ‘신수요’…UAM 이ㆍ착륙장도 등장

1994년 첫 법률용어 제정 이후

사회간접자본→기반시설로 확대

법률명 바꾸고 다양한 시설 포함

민자사업 대상 포괄주의로 전환

시대ㆍ환경 바뀌면서 수요도 변화

전기 고속도로 해상HVDC에

대심도 도로ㆍ철도 지하화 활발

SOC 발주기관들 위상도 급변

SOC(Social Overhead Capital.사회간접자본). 건설산업과 관련이 있는 사람에게는 매우 낯익은 용어다. 풀어쓰면 직접자본이 아닌 간접적으로 여러가지 생산활동에 기여하는 자본을 의미한다. 한때는 이 SOC의 확대 또는 축소에 따라 건설경기가 춤을 췄다. 부동산 등 민간부문이 활성화되기 전에는 정부의 SOC투자가 건설투자의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흔히 SOC하면 도로, 철도, 공항 등 대규모 토목사업을 떠올린다. 이는 고전적 의미의 SOC다. 지금은 각종 생산 활동의 기반이 되는 시설뿐 아니라 국민생활의 편익을 증진시키는 시설을 포함한다. SOC를 사회기반시설(Infrastructure)과 혼용해 부르는 이유다.

우리나라에서 SOC가 법률용어로 등장한 것은 1994년 사회간접자본(SOC)시설에 대한 민간자본유치촉진법이 제정되면서다. 이때 법령에 민간투자가 가능한 사업을 열거했는데, 이것이 SOC로 인식됐다. 제정 당시 SOC는 1종 시설과 2종 시설로 구분했다. 1종 시설은 도로 및 도로부속물, 철도, 도시철도, 항만, 공항, 다목적댐, 수도시설, 하수종말처리시설, 하천부속물, 어항시설, 폐기물처리시설, 전기통신설비 등이다.

2종 시설은 전원설비, 가스공급시설, 집단에너지시설, 전산망, 유통단지, 화물터미널 및 창고, 여객자동차터미널, 종합여객시설, 관광지, 노외주차장, 도시공원, 폐수종말처리장, 축산폐수정화시설, 재활용시설, 생활체육시설, 청소년수련시설, 도서관, 박물관 및 미술관 등이다.

SOC는 사회발전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진화했다. 필요에 따라 관련법에 새로운 시설을 포함하는 식이다. 2004년까지 국제회의시설, 지능형교통체계, 지리정보체계, 초고속정보통신망, 과학관 등이 SOC에 편입됐다. 그리고 2005년 1월 사회간접자본시설이라는 용어의 의미가 사회기반시설로 확대되면서 법률명도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민투법)으로 바뀌었다. 이때 학교, 군관사, 공공임대주택, 보육시설, 노인주거복지시설, 공공보건의료시설, 문화시설, 자연휴양림, 수목원 등이 SOC에 포함됐다.

이후 10년의 세월 동안 유비쿼터스도시기반시설, 광역복합환승센터 및 일반복합환승센터, 장애인복지시설, 신ㆍ재생에너지 설비, 자전거 이용시설, 산업집적기반시설, 공공청사, 화장시설, 아동복지시설, 택시공영차고지 등이 SOC에 새롭게 편입됐다.

이 같은 열거주의 형식의 SO C종류가 바뀐 것은 2020년 3월이다. 당시 정부는 민자유치 확대의 필요성에 따라 민간투자가 가능한 SOC를 포괄주의로 전환했다. 사회기반시설을 도로, 철도, 항만, 하수도, 하수ㆍ분뇨ㆍ폐기물처리시설, 재이용시설 등 경제활동의 기반이 되는 시설과 유치원, 학교, 도서관, 과학관, 복합문화시설, 공공보건의료시설 등 사회서비스의 제공을 위하여 필요한 시설, 그리고 공공청사, 보훈시설, 방재시설, 병영시설 등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업무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공용시설 또는 생활체육시설, 휴양시설 등 일반 공중의 이용을 위하여 제공하는 공공용 시설 등으로 규정했다.

이로서 모든 경제, 사회 기반시설과 공용 및 공공용 시설을 민자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법령개정으로 당시 정부는 민자사업 추진에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바로 그린스마트스쿨, 수소충전소, 내진보강, LED조명등 등의 사회기반시설을 새로운 유형의 민자사업으로 내놓았다.

-변화하는 건설수요

앞서 언급했지만 SOC는 시대에 따라 진화한다. 한전은 최근 제10차 장기 송ㆍ변전 계획을 발표하면서 오는 2036년까지 서해안에 호남권의 여유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전기 고속도로’를 새로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즉 서해안에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간망을 깔겠다는 것이다. 전원설비인 송전선로도 154㎸니, 345㎸ 하던 시대는 먼 과거가 돼 버렸다.

HVDC는 1930년대부터 개발되기 시작한 오래된 기술로 장거리 송전에 따른 전력소모를 줄이는 데 특화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과 2013년 두 차례 걸쳐 육지와 제주도를 연결하는 해저 HVDC 설치됐고 현재 완도변환소와 동제주변환소 간 제3전력망 공사가 진행 중이다. 또 동해에 위치한 신한울 원전에서 경기도 가평까지 이어지는 250㎞의 장거리 HVDC도 진행 중이다. 10차 계획에 호남에서 수도권을 잇는 HVDC계획이 포함됨에 따라 이 사업이 현실화되면 해상 HVDC로는 최대 규모가 된다.

한전이 대규모 해상 HVDC를 계획한 이유는 주민들의 반대로 육지에 초고압 송전설비를 건설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동해에서 가평까지 이어지는 HVDC 건설을 놓고도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송전철탑이 꽂히는 노선의 주민들은 결사적인 태세다. 따라서 향후 해상 HVDC가 일반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불가피하게 육지를 지나는 경우도 지중화가 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건설비용의 증가가 불가피하지만 격한 반대로 인해 사업을 진척시키지 못하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SOC의 지하화도 트렌드다.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도로와 철도의 확충이 필요하지만 지상으로의 확장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철도의 경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은 물론이고 광역철도, 일반철도 복선화까지 지하로 건설되고 있다. 고속도로는 경부고속도로 화성∼서울 구간과 경인고속도로 인천∼서울 구간이 지하화를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고 서울의 동부간선도로와 강변북로도 지하화가 진행 중이거나 계획돼 있다.

전기차와 함께 수소차가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등장하면서 수소충전소도 새로운 SOC로 모습을 보였다. 수소종합서비스 기업인 코하이젠㈜는 경기 용인ㆍ파주ㆍ군포, 경남 진주, 세종 등에 타입별 수소충전소 9곳 건설을 착수했다. 수소충전소는 향후 수소차의 보급상황에 따라 물량의 증감이 갈릴 전망이다.

도심항공교통(UAM)이 미래 교통수단으로 떠오르면서 UAM이 뜨고 내릴 수 있는 수직 이착륙 비행장(버티포트)도 새로운 SOC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맞춰 현대건설 등 대형건설사들이 버티포트의 설계ㆍ시공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SOC 집행기관들의 부침

SOC의 진화에 따라 발주기관들의 위상도 달라진다. 과거 입찰물량이 많아 건설사 직원들로 북적였던 기관이 어느덧 건설사 사이에서 잊혀진 존재가 돼 있는가 하면 시대의 흐름을 타고 새로운 발주기관으로 부상한 기관이 나타나기도 했다.

올해 각 발주기관의 SOC집행계획을 보면 발주기관들의 부침이 드러난다. 한국도로공사의 올해 발주금액은 6.1조원이다. 지난해의 1.8원조보다 크게 늘었지만 한해 수십건의 신규 고속도로를 건설했던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하면 발주기관으로서의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 국가철도공단도 올해 발주금액이 4.6조원으로 지난해의 3조원보다 다소 늘었다. 하지만 철도공사의 규모를 감안하면 건수는 많지 않다. 이들 기관은 고속도로와 철도건설의 많은 부분을 민간부문이 담당하고 있는 데다 신규수요도 점차 고갈되면서 발주물량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와 농어촌공사는 SOC의 진화에 따라 발주기관으로서의 위상이 달라진 대표적인 기관이다. 수자원공사는 올해 발주금액이 2.8조원이다. 지난해는 2.4조원이었다. 수자원공사는 도시화와 산업화에 따른 공업용수와 생활용수의 공급을 위해 1967년 설립됐다. 설립후 18개의 다목점 댐과 2개의 홍수조절댐, 낙동강하구둑 등을 건설했고 한강하류권 등 12개 광역 급수권을 신설했다. 댐은 환경문제로 더이상 신설이 어려운 상황이다. 광역급수시설 대부분 정비됐다. 수자원공사는 산업단지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농어촌공사는 농지정리와 수리시설 건설이 주요 사업이었는데, 이들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현재는 수리시설개보수가 주요 발주물량으로 자리했다. 올해 발주금액은 1.5조원인데, 지난해의 0.2조원에 비하면 많이 늘었다. 한국남동발전, 가스공사 등 에너지공기업들도 발전시설의 신설이 끝나가면서 발주기관의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한국환경공단과 산림청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주요 건설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다. 환경공단은 올해 1.1조원의 발주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0.9조원, 2021년 1.4조원 등으로 매년 1조원대의 물량을 발주하고 있는 것이다. 하수처리시설, 자원회수시설, 상ㆍ하수관로, 폐기물소각시설 등 환경시설 수요가 늘어나면서 생긴 변화다.

산림청은 앞으로 지속적인 건설물량이 기대되는 기관이다. 산림청 스스로도 산림복지SOC 집행기관임을 자임하고 있다. 산림청이 주관하는 자연휴양림과 수목원은 지난 2005년 1월 사회기반시설에 포함됐다. 산림청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생애주기 산림복지를 추구하고 있으며 치유원, 정원, 수목원, 치유의 숲, 휴양림, 숲속 야영장, 숲체험원, 유아숲체험원 등이 산림복지 실행을 위한 산림복지SOC라고 설명한다. 산림치유원은 1000억원이 넘는 대형공사인데 현재 영주 1곳이 운영 중이고 전북진안은 시공 중이다. 산림청은 도마다 1개씩 치유원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의 재정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지면서 앞으로 재정의 SOC투자비중은 줄 수밖에 없다. SOC 수요를 정부재정에 의존하는 데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따라서 민간 창의를 통해 새로운 SOC의 발굴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는 건설기업의 생존과 연결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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