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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이 수주한 LNG 운반선. 사진: 삼성중공업 제공 |
[대한경제=이계풍 기자] 조선업계가 삼중고에 신음하고 있다. 올 1분기에만 올해 수주 목표의 절반가량을 달성할 정도로 순조로운 출발을 보인 조선업계지만 최근 인력난, 발주량 감소에 이어 선박용 후판가격 인상이란 악재까지 직면하며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의 조선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은 최근 후판 메이커인 포스코와 올 상반기 선박용 후판가격 협상을 완료했다.
정확한 협상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는 지난해 하반기 후판가인 t당 110만원보다 소폭 오른 수준에 합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후판 비용은 선박 건조비용의 약 20%를 차지하는 항목으로 조선사들의 수익성과 직결된다.
후판 가격은 2021년 상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3개 반기 연속 오르면서 t당 60만원대에서 120만원대까지 2배 수준 치솟았지만, 작년 하반기 협상에선 후판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이 하락하며 t당 10만원 정도 인하됐다.
하지만, 올해 들어 철광석 가격과 전기료가 오르기 시작하며 인상 압박이 거세졌고, 결국 지난해 하반기 협상가보다 소폭 오른 수준에 협상이 마무리됐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선박 설계부터 선박 인도까지 최대 2~3년이 걸린다. 당장 조선업황이 나아졌다고 해서 곧바로 원자재 비용을 전가한다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인력난마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인건비 부담도 날로 커지고 있다.
업황 개선에도 기업들의 적자 규모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것은 조선소 인력 부족 때문이다. 기업들이 매년 노조와의 임단협에서 노조의 요구안을 대부분 수용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 조선업계는 올해 노조와의 임단협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인력 여유가 없는 기업 입장에선 하루라도 빨리 임단협을 마무리해야만 생산 차질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최근에는 전 세계 발주량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4월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185만CGT(80척)으로, 전월 대비 44%, 전년 동기 대비 6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사들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부가치 선박 중심으로 수주를 이어가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점유율을 넓혀가는 중국에 언제 따라잡힐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계풍 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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