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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국 국가부도 위험과 구축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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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5-25 04:00:14   폰트크기 변경      

미국이 자존심을 구겼다. 미국이 국가부도 위험에 내몰렸다. 재정지출은 많고 재정수입은 적다 보니, 미국 정부는 부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의회를 거쳐 부채한도(Public Debt Ceiling)를 설정해 놓고 그 안에서 재정을 투입하는데, 미국의 정부 부채 법정 한도(31조4000억 달러)에 도달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여당(민주당)은 조건 없이 부채한도를 상향할 것을 주장하고, 공화당은 부채한도 상향의 전제로 정부의 지출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부채한도는 미국 연방정부가 재정적자 보전 및 정부기관 투자를 위해 발행할 수 있는 부채의 최대한도를 뜻한다. 미국 정부의 부채한도 증액을 둘러싼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매년 1조 달러가 넘는 재정적자를 내온 미국 정부는 국채를 발행해 이를 메워왔다. 국채 발행은 의회로부터 한도를 부여받으며 한도를 늘려놓고 있다. 의회가 한도를 늘려주지 않으면 미국 정부는 국가부도를 맞는다.

미국의 부도 위험이 점증하고 있다. 부도 위험의 정도를 나타내는 CDS(Credit Default Swap, 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5년물 CDS는 지난 1월 19.9bp에서 5월 69.8bp로 급등했고, 1년물 CDS는 같은 기간 16.9bp에서 156.7bp로 5년물 CDS 수준을 크게 상회해 상승하고 있다. CDS 프리미엄이 상승한다는 것은 부도 위험이 커짐을 뜻한다.

2011년에도 부채한도 증액과 관련해 대치 상태가 벌어진 바 있다. 이를 미국 경제사에서 ‘2011년 미국 부채한도 위기(2011 United States debt-ceiling crisis)’라고 한다. 당시에도 연초부터 민주당(백악관)과 공화당(의회)의 대치가 지속되었고, 신용평가사 S&P는 미국 국가신용등급의 ‘강등 검토’를 발표했다(7월 14일). X-Date(8월 2일) 이틀 전인 7월 31일 극적인 협상 타결이 있었다. 당시 S&P는 협상 타결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시켰다(8월 5일).

2011년 오바마 행정부 당시에도 부채한도 협상의 불확실성으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고, 금융시장에 상당한 혼란이 일어났었다. 2011년 S&P 신용등급 강등 검토 발표 이후 미국 CDS 1년물은 46bp(7월 22일)에서 80bp(7월 27일)로 급등했다. 협상 타결 직후인 8월 1일에는 40bp로 급락했고, 80bp 부근에서 유지된 기간은 5일 정도에 그쳤다. CDS 프리미엄을 비교해 보면, 올해는 그 수준을 넘어 부채한도 협상에 불확실성이 더욱 큰 상황임을 이해할 수 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부채한도를 상향하지 않으면, 당장 6월에 미국 정부가 채무불이행(Default)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연준에 예치한 현금계좌 TGA(Treasury General Account) 잔고가 감소하고 있고, TGA 고갈은 재무부가 사용 가능한 예산을 모두 소진했음을 의미한다. 시장은 정부의 지출능력 상실되는 날짜를 ‘X-Date’로 지칭한다.

만약, 미국이 국가부도 상황에 놓인다면, 사상 초유의 대혼돈이 초래될 것이다. 일례로, 미국 정부가 군인들 월급을 줄 수 없게 되고, 국방 시스템이 붕괴되며, 극심한 안보 불안 상황에 놓이게 될 수 있다. 자산 가치가 급락하는 등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혼란이 초래될 것이다.

미국이 국가부도 상황에 놓이지는 않는다고 해도 문제가 온전히 해결되지는 않는다. 2011년에도 부채한도 협상 타결이 이뤄진 이후에도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된 것을 기억하자. 부채한도를 올린다는 것은 미국 정부가 국채를 추가로 발행할 것임을 뜻한다. 국채 발행을 늘리면 국채 금리는 상승하고, 반대로 국채 가격은 내려갈 것이다. 기업들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해도 투자자를 찾기가 어려워지고, 신규투자가 꺾이게 될 수 있다. 기업 투자가 줄어들면 고용시장이 냉각되고, 말 그대로의 경기침체가 본격화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라고 한다. 정부가 지출을 확대해 경기를 진작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억누르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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