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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부실공사와 시장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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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5-29 04:00:13   폰트크기 변경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초 집권 2년을 맞이하면서 건설현장의 불법행위 근절 의지를 재차 천명했다. 산업현장에서 법치가 확립되려면 노동개혁이 전제돼야 하고, 그 첫 단계로 건설노조의 불법행위, 이른바 ‘건폭’을 반드시 뿌리뽑겠다는 것이다. 기업의 자유로운 투자유치와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국민들 반응도 긍정적이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 이상이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동개혁이 ‘필수적’이라고 답했다. 정부의 노사법치, 노사관계 제도개선 등 노동개혁에 힘을 실어줬다. 세부적으로는 건설노조 불법행위 엄단, 산업현장 법치주의 확립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경찰도 이에 부응해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동안 건폭 특별단속에서 구속자 91명을 포함해 모두 749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여기엔 갈취, 협박 등으로 금품을 수수한 민주노총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이 상당수 포함됐고, 일부에선 폭력조직이 개입된 사례도 드러났다. 경찰은 6월말까지 특별단속을 벌일 예정이어서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날 듯하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는 암적 존재는 하루빨리 도려내야 한다. 하지만 노동개혁, 건폭 근절만으로는 부족하다. 필요조건일지언정 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는 시장이 신뢰하는 건설업으로 거듭날 때가 됐다. 글로벌시장에서 ‘K-건설’의 위상을 확고히 다지기 위해서라도 과거 ‘노가다’ 행태에 안주해선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최근 GS건설이 시공 중인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의 주차장 붕괴사고는 아주 실망스럽다. GS건설의 ‘자이’가 아파트 브랜드 평판 순위에서 선두권을 달리는 것과 달리 부실시공, 책임회피, 뒷북사과, 감리소홀 등은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지하 주차장의 1층 2층 상부 구조물이 무너진 이번 붕괴사고는 심야 시간에 발생해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작년 1월 무너진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에 적용된 무량판 구조라는 점에서 아찔한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상부 하중을 보 없이 바닥과 기둥만으로 지탱하는 것으로 입주 예정자 입장에선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사고 직후 시행사인 LH의 설계 잘못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행태부터 미덥지 못했다. 순간을 모면해보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내로라하는 대형 건설사치고는 정공법이 결코 아니다.

국토교통부의 정밀조사 착수 등에 떠밀린 뒷북 사과도 시장 신뢰와 거리가 멀다. ‘설계와 다르게 시공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을 발견했다’면서도 지하 주차장 지붕 층 전체 700여 곳 중 30여곳에서 발견된 전단보강 철근 누락을 ‘단순 과실’로 치부한 것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감리 시스템도 안전불감증에서 예외가 아니다. 백번 양보해 단순 실수라 해도 시공상의 오류를 바로잡는 검증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시공사의 자체 검측작업, 감리회사의 감리, 발주사인 LH 감독관의 검측까지 어디에서도 감지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다보니 시장이 GS건설의 경영시스템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 일시적 단순 과실 이상으로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불과 한달전인 지난 3월에도 2017년 GS건설이 준공한 서울 중구 서울역센트럴자이에서 필로티 벽에 금이 가고 대리석이 파손되어 공식 사과한 바 있다. 구조물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 해도 ‘자이’ 명성에는 적잖은 금이 갔다고 봐야 한다. 이밖에 시공과 하자보수를 맡았던 SRT 평택 지제역 구간 통복터널의 지난해 12월 전차선 단전사고를 비롯해 서울 은평구 ‘백련산파크자이’, ‘포항자이’, ‘평택센트럴자이 3차’, ‘김천 센터럴자이‘ 등의 타일 부실시공, 서울 서초구 ‘방배그랑자이’의 악취 논란까지 그 양태도 다양하다.

회사 측은 뒤늦게 건설현장 83개소를 자체 점검 중이지만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마저 SNS에 ‘부실공사 건설사의 셀프점검 믿겠습니까’라는 글을 올릴 정도로 시장 불신은 크다. 영리 목적의 사기업이 수익성을 추구하는 건 당연하지만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하는 건설업에서 안전불감증으로는 곤란하다. 시장이 믿을 만한 뼈를 깎는 쇄신이 시급하다. GS건설은 물론 건설업계 스스로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되돌리하지 못하면 건설업의 미래는 결코 밝지 못하다.


성항제 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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