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아 청담 514 더테라스 조감도 / 사진 : 루시아홀딩스 홈페이지 |
[대한경제=김현희 기자] 부동산개발업계가 사전수요 조사 등을 통해 '분양률' 끌어올리기에 안간힘이다. 최근 부동산 경기침체와 고금리 여파 등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조달이나 시공사 선정작업에서 '분양률이' 선결조건으로 따르기 때문이다. 시공사 선정 전의 브릿지론 형태의 PF사업장은 사전수요 조사 등으로 일부 고객을 확보하고나서야 시공사 선정이 가능할 정도다.
건설업계도 조합원이 확보된 정비사업이 아닌 시행사의 PF사업장에 대해서는 일부 고객을 확보하지 않으면 미분양 리스크에 노출된다며 검토를 꺼리는 분위기다.
24일 부동산개발업계에 따르면 아스터개발은 지난달 초 '아스턴 청담 리카르디' 분양을 위해 갤러리를 열었다. 갤러리를 열기 전에 지난 1월부터 사전수요 분석을 진행했다. 서울 내곡동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도 시행사인 어퍼하우스 헌인이 지난 1월말 초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사전설명회를 준비하는 등 수요조사를 진행했다. 최근에는 반포동 고급 주상복합단지도 사전수요 등을 진행, 오피스텔 부분은 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 고급주택들은 사전예약 등을 통해 갤러리를 열고 분양을 진행하지만, 최근에는 이같은 사전예약 과정이 '분양률'을 점검하는 역할이 됐다. 사전예약 등을 통해 분양률이 얼마나 될지 가늠한 후에야 PF자금조달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사전 분양률이 저조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금융권에서 고급주택이라도 PF자금을 조달해주지 않는다. 최근 공매까지 몇차례 진행된 '루시아 청담 더테라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시공사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연말 사전 분양을 진행했지만, PF시장 경색 및 대주단이 분양률에 대해 부정적인 의사를 보이며 대출 만기연장을 해주지 않았다. 결국 부지와 건축인허가권에 대한 경매가 지난 2월 진행, 현재 네 차례 유찰을 겪고 있다.
고급 오피스텔 등은 1가구당 50억원 이상인 곳들이 상당하다보니 미리 분양수요를 확보해놔야 시공사들도 본PF로 참여하는 분위기다. 아니면 아스터개발 등과 같이 기존 사업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버틸 수 있는 시행사들 아니면 시공사 선정이나 자금조달도 쉽지 않다.
부동산 활황기에는 서울 강남 지역 등 핵심지 및 고급주택이라면 시공사 선정 및 자금조달이 원활했지만 이제는 분양수요를 일정 수준 확보하지 않으면 쉽지 않은 상황이 된 것이다. 부동산개발업계 관계자는 "PF 자금조달시 금융권의 요구사항은 사전에 분양수요를 어느 정도 확보했냐는 점"이라며 "대형 시공사들도 시행사들이 미리 분양수요를 확보하지 않으면 맡으려고 하지 않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건설업계가 이같은 강남 핵심지의 고급 주택 사업장이 경매로 나올 것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한다. 몇 차례 유찰을 통해 가격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수준에 사들이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서울 방배동 부지에 대해 8회차 공매로 낙찰받았다. 2820억원대의 부지가 수차례 유찰을 겪으며 절반 이하인 1340억원대까지 떨어지자 사들인 것이다. 최근 공매가 진행 중인 강남 핵심 부지도 기존보다 50% 이하로 떨어지면 건설사들이 경공매로 매입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현희 기자 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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