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전 세계적인 과제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수립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라 거센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탄소배출이 높은 산업인 건설업은 상당한 도전에 직면한 상태다.
선봉에 서 있는 대형건설사들은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친환경 자재ㆍ공법을 개발하는 것에서부터 건설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일부 대형건설사들은 아예 사명에서 ‘건설’이란 글자를 떼버리고 친환경 기업으로 정체성을 전환하는 중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건설산업 전체를 놓고 보면 탄소중립은 아직 먼나라 얘기다. 이름이 웬만큼 알려진 중견건설사라고 하더라도 탄소중립은 우선순위에서 한참을 밀리는 주제다.
건설업계가 탄소중립에 선뜻 동참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은 친환경엔 ‘비용’이 따르기 때문이다.
수주산업 특성상 발주자가 원하는 대로 ‘공사비는 싸게, 공사기간은 빠르게’ 맞춰주는 것이 미덕인데, 친환경 자재나 공법 등을 적용하면 수주 경쟁력이 뒤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코앞에 닥쳤는데, 친환경까지 바라는 것은 배부른 소리”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건설업이라고 해서 친환경의 필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옥외산업인 건설업은 잦아진 폭염과 폭우, 불규적인 태풍, 한파 및 폭설 등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산업이다. 기후변화는 작업자들의 근로여건은 물론, 콘크리트 타설 등 공정 작업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렇듯 탄소중립의 필요성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발주자에게 모든 비용부담을 전가한 채 탄소중립을 강제하기도 어렵다.
결국, 정부 차원의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 핵심은 파격적인 인센티브다.
친환경 자재 혹은 공법을 사용하는 등 탄소중립 노력을 깃들이는 건설사에게는 입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가점을 부여하고, 발주자에게는 건폐율과 용적률 인상 등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해 자발적인 탄소중립을 유도해야 한다. 결단은 빠르고 과감할수록 좋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의 온도는 오르고 있다.
김희용 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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