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우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회장. |
한 달 전 국내 굴지의 대형 건설사가 시공 중이던 인천 아파트현장의 지하주차장 상부 슬래브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도 입주 전이었고, 주말 밤시간대여서 인명 피해는 없었다.
작년 광주 화정동 아파트 사고 당시 필자는 국토교통부의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를 통해 사고원인을 밝혔고, 재발방지 대책도 발표했다. 올 1월부터는 강력한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시행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이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건설 분야의 중대재해사고 현장 혹은 건물은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우선 무량판 구조물로, 인천 검단신도시 지하주차장이나 광주 아파트의 구조형식과 동일하다. 무량판 구조를 간단히 설명하면 넓은 판(슬래브)을 보가 없이 가는 막대기(기둥)로 지지하는 구조다. 판을 지지하는 보가 없어 건물 층고를 낮추므로 더 많은 층을 지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구조설계와 시공 시 주의할 점이 많아서 까다로운 공법이다. 사조위는 광주 사고대책으로 연쇄붕괴가 예상되는 다중이용시설의 무량판 구조를 특수구조 건축물로 정의해 공사감리 시 책임구조기술자의 협력을 받을 수 있도록 제안했지만 발표된 대책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다른 유형은 물류센터다. 물류센터는 이커머스 시장의 폭발적 증가에 따라 건설현장의 수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물류센터 현장은 빠른 완공을 위해 PC공법이 주로 사용된다. PC공법을 레고 블록쌓기처럼 구조물의 주요 부재를 외부에서 미리 제작한 뒤 현장으로 운반해 조립식으로 시공하는 방식이다. 공사기간을 크게 단축시키지만, 시공과정에서 접합부가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구조물에서 이런 점은 접합부 시공이 완료되기 전까지 붕괴 위험을 내포한다. 더군다나 물류창고 층고는 10m 정도로 추락 시 중대재해사고의 가능성이 크다. 일정 층고 이상의 물류센터 등을 특수구조 건축물로 정의하자고 제안했으나 이 또한 수용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도시재생 사업에서 노후건물이 카페 등으로 개조된 사례가 많은데, 문제는 구조전문가의 확인을 받지 않고 사용되거나 인허가가 나는 점이다.
실례로 작년 12월 군산시 장미동의 한 카페 지붕이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기상청에 의한 누적 적설량은 24.3㎝로, 건축구조기준에서 정한 적설하중의 절반에 불과했다. 해당 카페 건물은 블로그 등에서 군산 여행코스로 추천되고 있었다. 사고 당시 카페는 영업시간 전이라 다행히 인명피해가 없었다. 구조안전심의 대상인 다중이용건축물의 경우 공사감리 시 책임구조기술자 협력을 추가하자는 제안을 했으나 무시됐다.
오는 7월1일 국토교통부는 검단신도시 현장의 원인과 사고방지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발표될 대책이 ‘중대재해사고를 막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긍정적인 답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전문가는 필요 없고, 오로지 제도와 매뉴얼과 교육일수를 늘리는 대책으로 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허술한 조건과 교육일수만 채우면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위험한 발상이다.
1962년 건축법 제정 이후 수많은 법제도가 제ㆍ개정됐지만, 여전히 우리는 건축물 붕괴 사고를 겪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중대재해사고는 전문가 없이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더이상 소중한 인명과 재산을 앗아가는 중대재해가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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