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주재 첫 관계부처ㆍ업계 협의회
"가격 인상 충분한 설명 없으면 담합 의심"
쌍용C&E 동해공장 전경 / 사진: 쌍용C&E |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시멘트 업계가 7월 출하분부터 14% 가격 인상을 통보한 가운데 정부가 가격 인상 견제장치 도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건설분야에서 필수적인 장비와 자재에 대해서는 특정 제조사가 일방적으로 가격 인상을 밀고 나가는 것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는 업계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국토교통부 주재 관계부처 및 시멘트·레미콘·건설업계가 한자리에 모인 시멘트 가격인상 관련 협의회의가 열렸다. 회의에는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조달청 등 4개 관계부처와 시멘트협회, 레미콘공업협회, 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건설협회 등 업계 대표, 연구용역 책임자로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참석했다.
이날 시멘트 가격 인상에 따른 건설업계 영향에 대한 발표를 맡은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멘트 가격 10% 상승 시 건설공사 전체 비용은 0.71~1.24%가 증가하는데, 이와 함께 철강재 가격도 재차 인상기조로 변화할 수 있어 시장 혼란이 우려된다”며, “지난 2년에 이어 올해까지 자재가격 상승이 이어진다면 중소 건설업을 중심으로 한계기업이 속출할 가능성이 매우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박 연구위원은 “이미 올해 1분기 상장 건설사 50개사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2% 감소한 상황에서 시멘트 등의 수급 및 가격 불안은 심각한 위험요소다. 업계 간 협의와 소통을 통해 시장 혼란과 소비자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대안 검토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건설산업기본법 내에 자재를 위한 동반성장위원회와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시멘트 업계에는 “가격 인상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없을 경우 담합 의심을 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시멘트사를 인수한 사모펀드의 과도한 이익 선취 문제가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취합된 학계 의견으로 “사모펀드가 시멘트사를 인수합병한 후 과도하게 고배당을 실시하며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는 논란이 있다. (사모펀드가) 이익의 일부를 시설투자 등으로 전환해야 하나 가격인상으로 대체했다. 비용구조가 유사한 상황에서 기업별 이익률 차별화의 이유를 조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이에 회의에 참석한 정부 부처 관계자들이 상당한 공감을 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시멘트사들은) 생산·수익 구조가 유사한데 1분기 경영공시 결과가 극과 극을 달리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친환경 설비 투자는 쌍용C&E와 성신양회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원가요인으로 가격 인상이 진행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가 기간산업을 통해 사모펀드가 과도한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아파트 공사비 등 건설산업 전반으로 인플레이션 부담이 전가된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형 건설사 임원은 “원가 인상 요인으로 가격이 오른 것이 아니라면 시멘트 가격 인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 흑자를 낸 다른 시멘트사들이 가격 인상 대열에 동참한다면 과점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