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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 따라 역사 따라 걷는 등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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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6-11 13:25:15   폰트크기 변경      
호국의 달에 떠나는 ‘산성여행’

부여 가림성 전경 / 사진 : 한국관광공사 제공


[대한경제=김정석 기자] 한국에는 산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등산인구도 많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산 정상마다 사람들이 가득한데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한다. 우리 산에는 또 다른 특징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산줄기마다 길게 이어진 ‘산성’이다. 산성은 외침이 많았던 우리 역사의 아픈 모습이지만, 동시에 ‘호국’을 상징한다. 힘들게 하나씩 쌓아올린 돌덩어리는 나라를 지키는 방패였다. 지금은 등산길을 동행하는 풍경으로 남았지만, 6월 호국의 달에 만나는 산성이 주는 느낌은 또 다르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산성 여행’을 떠나보자.

△병자호란 아픈 역사 담긴 ‘광주 남한산성’


초여름의 푸름을 만끽할 수 있는 남한산성 / 사진 : 한국관광공사 제공


남한산성은 산봉우리를 중심으로 능선을 따라 쌓은 요새다. 인조는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으로 피신해 47일을 버티다 항복한다. 역사의 아픔이 담긴 이 산성은 지난 201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이름을 올렸다.

부속시설을 포함한 성벽 둘레는 12.4㎞에 달한다. 탐방로는 5개 코스로 나뉘는데 산성로터리에서 출발해 북문-서문-수어장대-영춘정-남문을 지나 돌아오는 1코스가 인기다. 3.8㎞로 1시간20분쯤 걸린다. 제일 긴 5코스는 동서남북 성문을 두루 돌아볼 수 있다. 7.7㎞, 3시간20분 거리다. 가장 짧은 2코스는 2.8㎞, 1시간 정도 걸린다. 북문과 수어장대-영춘정 구간이 보수공사 중이지만, 산성을 돌아보기에 큰 불편은 없다.

산성을 탐방한 뒤에는 남한산성 행궁에도 가볼 만하다. 광주 도예의 중심 경기도자박물관, 숨은 자연 공간 경안천 습지생태공원도 6월에 거닐만하다.



△호서지방 지켜준 ‘청주 상당산성’

청주 상당산성은 조선 시대 군사적 요충지로, 재난이 일어날 때마다 호서 지방을 지켜준 소중한 보루이자 요새다. 대규모 포곡식 석축 산성인 만큼 산성에 오르면 상당산의 수려한 산세와 더불어 청주 일대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초여름의 싱그러운 햇살 아래 상당산성을 한 바퀴 걸어보자. 일주 코스는 4㎞ 정도이며, 저수지에서 출발해 남문을 지나 서남암문과 서문, 동북암문, 동문, 동장대를 거쳐 다시 저수지로 내려오는 코스다.


암문은 유사시 비상구 역할을 하는 샛문이다.  / 사진 : 한국관광공사 제공


상당산 능선 성곽을 따라 걷는 동안 성문 3개와 암문 2개, 치성과 수구 3곳을 둘러볼 수 있다. 상당산성 일주의 백미는 정상부에 해당하는 남문-서문 성곽이다. 이 구간을 걷는 동안 눈에 들어오는 주변 풍광이 일품이다.

상당산성과 더불어 이 일대에 자리한 명소도 둘러보자. 청주에서 가장 큰 저수지를 품은 명암유원지, 청주의 감성 여행 1번지 수암골벽화마을,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국립청주박물관이 있다.



△백제의 산성 ‘부여 가림성’

성흥산성으로 알려진 부여 가림성(사적)은 성흥산 정상부에 쌓은 석성이다. 501년에 위사좌평 백가(苩加)가 쌓았다고 전해진다. 백제 때 성곽 가운데 유일하게 축성 연대를 알 수 있어 역사적 가치가 높은 유적이다.

둘레는 약 1.5㎞, 성곽 높이는 3∼4m에 이른다. 성안에서 우물 터, 군창으로 추정되는 건물터, 초석과 남문 터 등이 확인됐다. 발굴조사가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데 백제부터 조선 시대까지 다양한 유물이 발견됐다.


부여 가림성의 명물인 사랑나무 / 사진 : 한국관광공사 제공


가벼운 트레킹으로 성곽을 둘러보면서 백제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떠올리기 좋다.


‘사랑나무’로 불리는 가림성 느티나무(천연기념물)가 유명하다. 사랑나무는 드라마 단골 촬영지이며, SNS 사진 명소다. 여기서 바라보는 조망도 일품이다.

성흥산 남쪽 품에 안긴 대조사에는 석조미륵보살입상(보물)이 유명하다. 높이 10m에 이르는 거구로, 논산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국보)과 쌍벽을 이룬다.

부여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백제역사유적지구로 등재됐다. 관북리 유적(사적)은 드넓은 공터처럼 느껴지는데, 사비 시대 왕궁터로 추정된다. 신동엽문학관에서는 저항시인 신동엽의 육필 원고와 편지, 유품 등을 볼 수 있다.



△걷기 좋은 길 ‘부산 금정산성’


금정산 자락을 따라 자리한 금정산성 / 사진 : 금정구청 제공


부산 금정산은 27개 지정 등산로가 있다. 그런데 주민들이 찾는 샛길을 포함하면 진입로가 1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언제든 가볍게 오르기 좋은 산이다.

금정산성은 금정산 꼭대기에서 동남쪽ㆍ서남쪽 능선과 계곡을 따라 쌓았다. 둘레가 1만8845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 그만큼 코스도 다양하다. 현지 해설사가 추천하는 가장 매력적인 코스는 동문에서 출발해 3망루와 4망루로 이어지는 길이다. 완만한 숲길부터 가파른 암벽까지 다채롭게 어우러져 걷는 맛이 빼어나다.

조금 편하게 즐기려면 금강공원에서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상부정류장에서 남문까지 완만한 흙길이라 아이와 걷기도 적당하다. 등산 애호가라면 단연 최고봉인 고당봉에 자리한 금샘에 올라야 한다. 빗물이 고인 것인데도 웬만해선 물이 마르지 않는다니 더욱 신비롭다.

금정산성마을에선 흑염소ㆍ오리불고기와 막걸리 한잔의 여유를 누릴 수 있다. 500년 전 방식으로 빚은 막걸리가 깊고 구수하다.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인 범어사는 보물로 지정된 대웅전과 삼층석탑이 볼거리다. 초여름에는 범어사 입구 계곡과 등나무 군락(천연기념물)이 시원한 휴식처다.

금정산성과 인접한 동래온천에는 노천 족욕탕이 있어 걷기의 피로를 풀기에 제격이다.



△돌에 새겨진 역사 ‘익산 미륵산성’


익산 미륵산성 / 사진 : 한국관광공사 제공


익산 미륵산성은 둘레 1776m 포곡식 석성으로, 미륵산 정상부와 북쪽 봉우리를 포함해 동쪽 계곡을 에워싼다. 익산 지역 11개 성곽 중 규모가 가장 크다.

북쪽으로 낭산산성, 동쪽으로 용화산성과 선인봉산성, 남쪽으로 익산 토성과 금마도토성이 미륵산성을 겹겹이 둘러싼 형태다. 고도가 가장 높은 미륵산성에서는 모든 성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문 격인 동문지로 들어가면 산성이 좌우로 두 팔 벌려 서 있다. 동문지에서 미륵산(430m) 정상에 닿는 길은 세 갈래. 정상에 이르면 화강암 채석장이 눈에 띈다. 돌이 전하는 무수한 이야기가 미륵산과 미륵산성에 남아 있다.

한강 이남 대나무 최대 군락지인 구룡마을 대나무숲이 지척이니 꼭 함께 둘러보자. 백제 최대 사찰로 꼽히는 미륵사가 있던 터에선 돌의 역사를 압축한 익산 미륵사지 석탑(국보)이 반긴다. 국립익산박물관과 왕궁리 유적(사적), 백제왕궁박물관은 익산 백제 문화의 진수를 느끼기 충분하다. 

김정석 기자 j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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