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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깡통전세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과 범정부적 대응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확대일로에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정부는 지난 1월부터 ‘전세사기 대응협의회’를 만들어 범정부적인 수사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특별단속을 실시하였는데 지금까지 전세사기 사범 2895명을 적발하고 288명을 구속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올 하반기에는 정부가 전세사기로 의심하고 있는 거래가 약 4만여건으로 상반기의 4배가 넘고 이들 중 상당수가 실제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특히 올 하반기에 이러한 전세사기·깡통전세가 폭증할 것으로 우려되는 이유는 서민 주거안정을 명목으로 시행한 ‘임대차 3법’과 전세자금 대출, 전세 보증보험의 확대가 오히려 전세가격을 상승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하면서 2021년 하반기 전세가격은 역대 최고점을 찍었고, 전세가가 가장 높았을 때 체결되었던 계약들이 올 하반기부터 내년 4월까지 계약이 만료되어 재계약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하반기에 금리가 안정되고 경제가 제자리를 찾아 서민들의 큰 피해없이 전세사태가 진정되기를 바랄뿐이다.
전세사기가 발생하는 가장 큰 요인 중에는 주택가격 대비 전세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데 있다. 과도한 전세가는 ‘무자본 갭투자’를 부추겨 소수의 사람들이 많은 주택을 소유하다가 급격한 주택가격 및 전세가격 하락장에서는 전세금 미반환의 규모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위험요소를 줄이기 위해서는 주택가격 대비 전세가를 일정 수준에서 법률적으로 제한하는 전세가율 상한제 입법도 고려해 볼 일이다. 특히 전세가는 금리에 연동되는 성격이 있으므로 예컨대 시중금리를 고려해 주택가격의 70%를 기준으로 일정부분 고시나 시행령으로 전세가 비율을 조정하는 제도와 같은 시장변동형 제도의 도입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전세대출 및 전세금 반환보증 한도를 일정한 규모로 제한하는 제도도 필요해 보인다. 이번 전세사태 양상을 보면 전세대출과 전세금 보증금 반환제도가 전세시장의 과소비를 부추켜 전세금 상승을 자극한 면이 있다.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인천 미추구 전세사기의 경우에도 피해자들의 상당수가 전세대출을 통해 전세금을 마련하였다고 한다. 또한 전세금 미반환 사태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위변제한 보증금채무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영업손실이 1258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동안 전세대출은 소득수준을 고려하지 않았고, 전세금 반환보증 한도도 주택가격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시행되면서 집값대비 일정비율 이상 대출이 안되는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비교하면 과도한 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주택도시공사의 전세보증보험 가입조건을 주택공시가격의 150%에서 126%로 강화하였지만, 전세대출의 경우에도 소득수준을 고려하여 일정 부분에서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세 번째로, 전세사기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정보차이 즉, 정보의 비대칭성이 있다. 전세사기범들은 임대부동산에 대한 각종 물적 정보뿐 아니라, 권리관계, 체납정보, 금융정보 등을 독점하면서 임차인들을 농락해 왔다. 임차인으로서는 임대하려는 주택에 선순위 권리자가 있는지, 임대인의 체납 또는 금융상황을 알수가 없는 상황에서 임대인 또는 이들과 유착된 중개인의 말만 믿고 계약을 체결하다가 피해를 입는 것이다. 특히 전세사태의 주무대로 확인된 다세대주택, 빌라, 오피스텔의 경우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세정보가 부실하고 권리관계 파악이 안돼 피해를 양산하였다.
국토교통부가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여 임차인에게 선순위 임차인 정보 및 임대인의 체납정보 확인권을 신설한 것은 늦었지만 매우 적절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덧붙여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신축빌라 등의 시세, 악성 임대인 정보, 세금체납 정보 등을 모아 ‘안심전세앱’을 통해 임차인에게 제공한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다만, 이러한 제도가 실효성이 있으려면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빅데이터를 적극 공개하고,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하여 정보를 임차인에게 활용성이 높도록 가공하는 한편, 민간의 프롭테크(Proptech, 부동산분야 첨단기술기업)기업과의 협업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동열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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