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홍샛별 기자] 최근 네옴시티를 비롯해 국내 건설사의 중동 건설시장 진출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중동 발주처가 이슬람금융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건설사들의 활용 가능성이 높아지는 추세다. 다만, 수쿠크(Sukuk) 채권을 발행하면 세법상 세금공제 혜택이 축소되거나 자본조달 비용이 상승할 수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
25일 법무법인 태평양은 최근 중동 로펌 알 타미미(Al Tamimi)와 함께 ‘2023 중동 법률 이슈 체크-금융 및 건설분야’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슬람금융은 시작한 지 50년이 채 되지 않은 새로운 금융으로, 중동의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해 현재는 4조달러 규모의 금융시장으로 커졌다.
현예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최근 시장 육성을 도모하기 위해 이슬람금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파생상품을 금지한 이슬람은행이 전통은행에 비해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국내로 자금이 유입되고, 제2의 중동붐이 확대되면서 이슬람금융의 중요성이 커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가장 일반적으로 활용하는 이슬람금융 방식은 무라바하(소비자금융)다. 이슬람은행이 차주를 대신해 상품을 매입 후 차주에게 매입가격에 이익을 더해 할부매각하는 방식이다.
국내 건설사가 건설·운영계약을 체결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을 추진할 경우, △이스티스나(생산자금융) △이자라(리스) △와칼라(대행)가 주로 활용된다.
지난 2007년 대림산업(현 DL이앤씨)과 삼성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카얀 석유화학단지 프로젝트(사업비 100억달러)에 대한 EPC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슬람금융을 활용한 바 있다. 컨소시엄이 프로젝트회사(SPV)와 EPC 계약을 체결해 사업주가 SPV에 지분을 40% 출자하고, 현지 전통은행을 통해 이슬람금융과 공적자금을 조달해 60%의 차입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무라바하와 이자라 등을 혼합해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승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이슬람 전통은행을 통해 차입할 경우 자금조달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면서 “사업을 실시하는 사업주나 발주처가 이슬람금융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현지 사업의 자금 조달을 위해 수쿠크 채권을 발행하는 경우도 있다. 수쿠크 채권은 샤리아 율법상 일반 채권처럼 이자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실물자산을 기초로 한 투자수익 배당 혹은 전매차익 지급방식으로 이뤄진다.
국내 기업이 수쿠크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한국 세법상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세법상 배당은 자본비용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과세대상에 포함돼 세금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고, 이로 인해 일반 채권에 비해 자본조달 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
이자가 아닌 배당 형식인 관계로, 조세특례제한법상 외화표시채권 이자에 대한 법인세 면제 특례를 적용받을 수 없다. 또한 실물자산을 매매할 경우 취득세와 양도세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2단계 특수목적법인(SPC) 설립방안이 논의되기도 한다. 차주 자산을 매입할 국내 SPC는 일반 외화표시채권을 발행하고, 해당 채권을 인수하는 중동 현지 SPC가 수쿠크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홍샛별 기자 byul0104@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