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법무박사이자 기술사인 황준화씨가 쓴 ‘수준 높은 현장기술자를 위한 수준 낮은 건설법무이야기’(이하 건설법무 이야기)가 바로 그것.
‘건설법무 이야기’는 현장기술자라면 누구나 단박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현장의 문제들과 그에 대한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수준 높은 현장기술자’가 되기 위한 책은 맞지만, 제목과 달리 그 내용은 경험과 기본, 절실함이 베어 있어 결코 ‘수준 낮은 이야기’는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저자의 현장기술자에 대한 애틋함과 사랑이 그대로 느껴진다.
저자인 황준화 씨는 “기존의 많은 건설법무 관련 서적이 있지만, 이는 변호사나 전문가를 위한 책으로 현장기술자에게는 너무 어렵고 전문적인 내용이어서 접할 수 없었던 안타까움에 수년간 준비하고 고민해 집필했다”고 밝혔다.
이 책은 현장의 모든 문제는 전문적이고 어려운 지식보다 아주 작은 앎(knowing)을 통해 현장기술자가 주도적인 방향을 설정하고 간절함과 절박한 몰입을 통한 해결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힌다. 작은 앎이 체화되어 감각이 되고 확신이 되어야 문제해결의 강력한 실행력이 가능하고 이것이 쌓이면 경쟁력이 되고 문화가 된다는 것이다.
‘건설법무 이야기’는 현장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문제이자 현장기술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법(계약)과 현장의 3대 리스크인 분쟁, 공사보험, 하도급법의 4가지의 테마에 대해 쉽고 편하지만 간절한 102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법 이야기는 정작 현장기술자는 외면하고 싶은 ‘법’, 그러나 현장의 모든 일이 어떻게 법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왜 리갈 마인드(Legal Mind)를 가져야 하는지, 그리고 반드시 알아야 할 법과 계약에 대해 국가계약법과 공사계약일반조건을 중심으로 현장기술자가 다가서기 쉽고 편하게 정리했다.
두 번째 분쟁이야기는 분쟁에 대처하는 현장기술자의 자세와 방향에 대해 같은 현장기술자인 저자의 경험과 통찰의 자전적 수필 메시지로 반드시 현장기술자가 꼭 읽어야 할 가슴에 와 닿는 간절하고 절박한 이야기다. 동시에 기존 불합리한 제도와 낡은 사고방식에 대해 소심하지만 통렬한 비판을 함께 담고 있다.
세 번째 공사보험이야기는 몇 천원, 몇 만원도 깐깐하게 가입하는 개인보험과 달리 수억, 수십억원의 비싼 보험료를 내는 공사보험에 대해 정작 누구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제대로 알고자 하지 않는 공사보험을 실체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현장기술자가 접하기 꺼렸던 보험약관에 대해 가장 필요한 사항을 중심으로 쉽게 해설하고 있다.
네 번째 하도급법이야기는 상식적이고 어렵지 않은 하도급법이지만 현장기술자가 왜 법을 위반할 수밖에 없는지를 사례를 통해 쉽게 설명하고 있다. 공정한 하도급거래를 위한 법 취지와 달리 상생보다는 제재가 불가피한 법의 양면성과 하도급분쟁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함께 지적하고 있다. 제대로 일을 시키고 제값 받는 하도급 거래문화, 세심한 배려와 소통만이 최선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을 본 현장기술자는 한결같이 자신들의 이야기라며 현장기술자 뿐만 아니라 건설전문 변호사나 전문가도 꼭 한번 볼 것을 추천한다. 간접적인 현장경험이 될 수 있고 자연스럽게 현장기술자와 소통할 수 있을 것 같다. 변호사와 기술자의 생각하는 뇌 구조가 다르지만 이러한 다름은 서로 소통이 될 때 가장 큰 무기가 된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황준화 씨는 인하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했고 광운대학교 건설법무학과 석사 및 박사과정을 마쳤다. 기술자로서 단지·도로·교량·수로·방수제·전력구·지하비축·화력발전소·철도 등의 분야에서 공사/공무/품질/사업관리/현장소장 등의 풍부한 업무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건의 건설분쟁 경험을 함께하였다. 지금도 건설계약 및 분쟁 실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실력 있는 ‘반달’이 되고자 관련분야의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한상준 기자 news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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