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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중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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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6-29 14:41:07   폰트크기 변경      


‘진창을 빠져나와 발밑이 가벼운데, 저 멀리 오아시스 눈가에 어리지만, 갈길은 구비구비 아득하기만 하구나’

어느 이름 모를 랜선 논객이 우리 경제를 두고 읊은 시조 한수다. 한낱 주식 게시판에 낙서로 보이지만,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린 갑론을박 댓글이 수북하다.

정부와 내로라 하는 경제전문가들의 시각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우리 경제가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는 불안감을 털어내고 조심스럽게나마 바닥을 다지면서 상승흐름을 기대해볼 만한 지점에 다달았다 관측이다.

주요 경제지표도로 확인할 수 있다.

미 연준이 연내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한 상태지만 종전과 같은 급격한 금리인상 흐름은 한풀 꺾였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물가도 내림세를 타더니 어느덧 2%대 진입을 바라보고 있다.

‘킹달러’의 위상 역시 시들해져 환율시장도 조금씩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모양새고, 국내 부동산 시장이나 소비심리(내수)도 서서히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축인 수출도 이달(1∼20일) 들어서는 8개월 만에 반등(전년 동기 대비)에 성공하면서 무역수지 적자 규모도 줄여가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한미일 관계개선에 따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가운데, 우크라-러시아 전쟁도 하루하루 급변하는 전장과는 별개로 주변에서는 이미 재건사업 논의에 불이 붙었다.

그러나 이런 변화에도 아직 경기 반등은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금리만 하더라도 속도조절에 들어간 것은 사실이나, 한미간 스프레드가 벌어질대로 벌어져 외국투자자의 이탈이 우려되고 물가도 체감 수준은 여전히 고점인데다, 전기료 등 하반기 공공요금 추가 인상이 불가피해 다시금 요동칠 수 있어서다.

환율 또한 국내보다는 국외 상황에 따라 언제든 변동성이 커질 수 있고, 수출이나 무역수지의 경우에도 대중국 수출이 정상을 되찾아 가지 못하면 온전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게 다가 아니다. 우리만의 특수한 사정(?)도 경기 회복에는 큰 걸림돌이다

갈수록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노ㆍ사ㆍ정 갈등과 세수부족으로 인한 재정여력 감퇴가 대표적이다. 협치를 잃어버린 정치권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나 올 하반기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여ㆍ야 할 것 없이 더 큰 소용돌이에 휘말릴 공산이 커 경제분야 현안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누구보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는 오죽하겠냐만, 보다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우리 경제의 나아갈 바를 제시해야 한다. 일단은 다음주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이 먼저로, 국민적 불안 해소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런 이유로 최근 잇달아 대중(견)소 기업인들을 만났을 것이다. 추 부총리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독려하고 당부한 것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하지만 정부가 민간에만 의지하려는 듯한 인상은 지워낼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가 중대기로에 선 것은 맞지만, 기업과 국민이 정부와 정치권까지 업고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


봉승권 기자 sk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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