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홍샛별 기자]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가 일본의 KIND에 해당하는 기관과 해외건설 수주 협력을 위해 손을 맞잡는다. 얼어붙었던 한·일 관계가 완연한 해빙무드로 전환된 데 따라, 해외건설 시장에서도 양국이 협업해 수주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다.
우크라이나 재건 프로젝트에 협력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형태로 시장 진출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높은 정보력과 자본력에 우리 건설사의 시공력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진출할 경우, 양국의 수주 영토가 더욱 넓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8일 해외건설업계에 따르면 KIND는 일본 해외교통ㆍ도시개발사업지원지구(JOIN)와의 업무협약(MOU) 체결을 검토 중이다.
JOIN은 지난 2014년 일본이 민관협력사업(PPP) 방식의 수주 지원을 위해 설립한 인프라 투자 전문 기관으로, 해외 PPP 사업을 총괄하는 일본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다. KIND가 출범할 당시 참고했던 해외 기관 중 하나가 JOIN이다.
KIND 관계자는 “지난 달 KIND 측에서 일본 JOIN을 방문해 MOU 체결과 관련한 1차 논의를 진행했고, 이달 중 JOIN 측에서 KIND를 방문해 2차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며 “논의가 완료된 후 절차를 걸쳐 하반기 중 MOU를 맺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KIND와 JOIN 간 업무협약 체결은 한일 양국의 관계 개선과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한일정상회담이 12년 만에 복원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건설 설계 역량을 보유한 (한일)양국 기업들이 파트너로서 협력한다면, 건설과 에너지 인프라,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등 글로벌 수주시장에서 최고의 경쟁력으로 공동 진출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양 기관이 체결하는 MOU에는 △해외건설 시장 데이터베이스(DB) 정보 교환 △공동 세미나 개최 △직원 교류 프로그램 운영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기대가 되는 부문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협력’이다. 두 국가가 각자의 강점을 살리는 방식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크라이나 재건시장에 진출할 경우, 프로젝트 수주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복남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는 “일본의 경우 종합상사가 가진 정보력과 해외사업개발 능력이 매우 높다. 우크라이나에 원조한 금액도 일본이 우리나라의 5배를 넘어서기 때문에 자본력에서도 한 발 앞선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에 비해 유연성 있는 시공 기술과 낮은 단가, 공기 단축 등의 경제적인 장점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외에도 일본이 선제적으로 진출한 북미와 아시아 지역도 앞으로 기대되는 수주 시장으로 거론된다. 또한 일본이 플랜트와 도로ㆍ철도 사업 등 투자개발형 사업에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공종에서도 협업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교수는 “일본과의 협력을 두고 무조건 호의적 또는 배타적으로 받아들일 게 아니라, 서로의 강점을 파악해 수주에 유리한 방향으로 시나리오를 짜야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시장에 한정하기 보다는 다양한 국가를 타겟으로 수주 영토를 넓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샛별 기자 byul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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