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미래기술을 연구하는 엔지니어를 만나뵙는 일은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잘 모르는 일이기에 더 신이 난다. 얼마 전, 어느 건설사 기술연구소의 연구팀장님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상상력을 자극하는 미래기술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한 분은 직함이 ‘모빌리티인프라연구팀장’이었다. 그는 스마트시티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의 버티포트, 자율주행 스마트도로, 하이퍼루프 등의 설계ㆍ시공 기술 및 사업모델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그 중에서도 기자는 ‘하이퍼루프’에 관심이 꽂혔다. 지하 공간에 공기저항이 없는 진공 튜브를 자기력으로 부상시켜 시속 1000㎞가 넘는 속도로 주행하는 차세대 교통시스템이다. 미국 네다바 사막에서 공개 테스트가 이뤄졌다는 외신을 접한 적이 있는데, 국내에서도 기초 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내년부터는 새만금에서 연구개발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도심 하늘에서 소형 항공기가 사람과 화물을 실어나르는 UAM도 한때는 허황된 소리로 들릴 법했지만, 지금은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어쩌면 하이퍼루프도 멀지 않은 미래에 새로운 인프라로 등장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솟는다.
모빌리티인프라연구팀장이 속한 기술연구소에는 10개가 넘는 연구팀이 더 있다. 토목ㆍ플랜트 연구팀 같은 낯익은 이름 외에도 건설자동화연구팀, 탄소중립연구팀, 수소에너지연구팀, 디지털혁신연구팀, 에코연구팀 등이 제각각 이색적인 기술 개발과 함께 신사업 발굴에 몰두하고 있다. 이 중에 에코연구팀만 들여다봐도 수처리ㆍ수자원과 바이오가스를 비롯해 최근 주목받고 있는 SMR(소형모듈원자로), 원전 해체기술 등을 사업화하는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기술의 난이도와 현실화 가능성을 생각하면 하나하나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2020년대에 머물고 있으면서 2030년대ㆍ2040년대를 미리 살고 있는, 엔지니어로서의 행운을 누리고 있다고 그들은 말했다.
미래기술은 말 그대로 ‘미래기술’이다. 지금으로서는 기술 자체도 부족하고, 과연 새로운 수요가 얼마나 창출될지 장담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접하는 첨단기술들은 한때 모두가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미래기술이었다. 불과 10년, 20년 전만 해도 드론이 건설현장 상공을 날아다니는 장면, 3D 프린터가 고층 빌딩을 인쇄하듯 찍어내는 장면은 단지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다.
기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상상이 현실화되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펼쳐볼 수 있는 연구개발 투자의 중요성이다. 이런저런 한계에 부딪쳐 결국 자원을 낭비하는 데 그칠 지도 모르지만, “낭비하지 않으면 미래를 주도하지 못한다”는 경영철학이 뿌리 내렸으면 좋겠다.
사실, 절대다수의 건설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눈앞의 이익만 좇는 모습이다. 기술연구소들이 잇달아 문을 닫거나 왜소하게 쪼그라드는 상황이다. 대형 건설사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투자 비율도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건이 아무리 아슬아슬해도, 마음껏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미래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신정운 건설산업부장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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