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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라운지] 도산해지조항의 효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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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7-14 08:44:01   폰트크기 변경      




공사도급계약서를 보면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계약해지 사유로 규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를 ‘도산해지조항’이라고 한다.

도산해지조항은 계약의 당사자들 사이에서 일방의 재산상태가 계약체결 당시에 비해 악화될 경우 계약이행에 대한 불확실성을 대비하여 두는 것이기는 하지만, 회생절차는 파산절차와는 달리 영업의 계속을 통한 채무의 변제를 통해 사업의 재건을 주 목적으로 하는 절차인데, 도산해지조항에 따라 계약당사자 중 일방에게 회생절차 개시 신청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한다면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한 계약당사자는 회생의 기반이 되는 계약을 이행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하게 되어 회생절차의 진행에 중대한 지장이 초래될 수 있게 되므로 그 효력 인정 여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도산해지조항을 일반적으로 금지하는 법률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구체적인 사정을 도외시한 채 도산해지조항을 일률적으로 무효로 보는 것은 계약자유의 원칙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고, 상대방 당사자가 채권자의 입장에서 채무자의 도산으로 초래될 법적 불안정에 대비할 보호가치 있는 정당한 이익을 무시할 수 있게 되므로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볼 수 없고, 다만 예외적으로 도산해지조항이 부인권의 대상이 되거나 공서양속에 위배되는 경우에는 효력이 부정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다38263 판결 참조).

한편,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쌍무계약으로서 회생절차의 개시 신청이나 회생절차의 개시 당시 쌍방 미이행 상태에 있는 계약에 대해서 별도의 법률 규정이 없는 한 도산해제조항에 의한 해제ㆍ해지를 인정할 수 없고, 다만 회생절차 진행 중에 계약을 존속시키는 것이 계약 상대방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중대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거나 회생채무자의 회생을 위하여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도산해제조항에 의한 해제ㆍ해지가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여(서울고등법원 2023. 1. 13. 선고 2021나2024972 판결 참조), 쌍방 미이행 쌍무계약의 경우 도산해지조항은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판시하였다.

쌍방 미이행 쌍무계약에서 도산해지조항의 효력을 인정할 경우 회생절차 개시 결정 이전에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어 채무자회생법 제119조에서 관리인에게 계약에 관하여 이행 또는 해지의 선택권을 부여한 의미가 몰각될 수 있게 되고, 도산해지조항 약정을 한 채권자만 회생절차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회생절차에 있어 채권자들 사이의 평등의 원칙에도 반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송종호 변호사(법무법인 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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