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한형용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선 8기 첫해 가장 큰 성과로 ‘약자와의 동행’ 체계 구축을 꼽았다. 주요 지원 사업은 저소득 학생들이 최고 수준 강사의 인강(인터넷 강의)을 들을 수 있도록 한 서울런, 형편이 어려울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안심소득, 고품격 임대주택 사업 등이 있다.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을 기술로 해결하는 민관 모임인 ‘기술동행 네트워크’도 출범했다. 조만간 ‘약자 동행지수 및 지표체계’도 발표해 주요 사업에 반영할 계획이다.
그런데 인프라와 안전 분야를 들여다보면 서울시민들을 약자로 만들고 있지 않은지 묻고 싶다. 노후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면 시민은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고 불안한 일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 전체 예산 중 도로교통, 주택정비, 공원환경, 도시안전 등 SOC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 박원순 전임 시장 시절인 2019년 35조7000억원 중 7조7000억원(21.7%) 규모였다. 오 시장 취임 이후인 올해는 47조1000억원 중 7조원(14.9%) 규모다. 같은 기간 사회복지 예산은 11조1574억원에서 15조9506억원으로 늘었고, 총 예산 대비 비중은 35%에서 38.4%로 껑충 뛰었다.
오 시장은 최근 민선 8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토목은 하드웨어를 만드는 도시 정책인데 이것이 죄악이라는 패러다임에 젖어 암흑의 10년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토목=죄악’으로 규정했던 전임 시장과 달리 ‘토목공학(civil engineering)’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예산 배정 비율로 봤을 때는 말과 실천이 엇갈린다.
2020년 기준 국토안전관리원이 집계한 서울 교량, 터널, 건축물, 하천, 지하철 등 도시기반시설물의 약 27%가 지은지 30년을 넘어섰다. 서울 인프라 시설은 1970∼1980년대 집중적으로 조성된 만큼 급격한 노후화가 진행돼 안전 대비책이 시급하다는 건 10년 전부터 지적돼온 과제다.
얼마 전 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분당 정자교 붕괴 사고’ 조사에서는 결함을 확인한 후에도 보강ㆍ보수를 안 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복지분야 투자를 늘리면서도 정작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확보할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현실화됐다.
도심 속 시한폭탄인 노후 인프라 앞에 서울 시민은 물론 3000만 외국인 관광객 모두는 ‘약자’다. 기후변화에 따라 자연재해가 증가하고, 여름철마다 폭우를 걱정해야만 하는 현실은 오 시장이 강조한 ‘매력 도시 서울’이라는 정책과도 어긋난다.
인프라 투자는 정치적 과제가 아니다. 경제상품을 생산ㆍ개발ㆍ운송하고, 시민의 삶을 연결하는 기반시설로서의 연결 고리가 돼야 한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이동한다. 노년층은 의료ㆍ편의ㆍ문화시설 등 안정된 도시 인프라를 선호한다. 이러한 인구의 도시집중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이를 위한 인프라 투자는 도시경쟁력의 기반이 된다.
서울시민을 위한 도로ㆍ교량ㆍ통신ㆍ병원ㆍ학교ㆍ상하수도ㆍ홍수예방시설 등 노후 인프라를 개선하고, 또 다른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목표 달성과 떨어져 있지 않다.
한형용 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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