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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안전 A to Z] 중소건설현장 찾아가는 안전교육… VR로 생생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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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8-16 15:02:38   폰트크기 변경      

중소규모 건설현장 현장점검 시 ‘찾아가는 안전교육’ 실시
체험자들 입모아 “직접 경험해보니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 일깨워져”

[대한경제=김희용 기자] # 커다란 비명소리와 함께 눈앞이 번쩍인다. 사고와 함께 작업자가 쓰러진다. 끔찍한 참사가 벌어졌지만, 주변에서는 “아이고 돌아가셨네”라며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곳은 가상현실(VR) 장비를 활용한 안전 교육 현장이다. 뒷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던 근로자는 조바심이 난 듯 자기 차례가 되기도 전에 미리 앞으로 나와 장비 착용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대한경제>는 최근 국토안전관관리원 호남지사와 함께 무안군 보건소 이전 신축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이곳은 지하 2층∼지상 4층, 공사금액 245억원 규모의 중소건설현장으로, 지상 1층의 철근ㆍ콘크리트 공정이 한창 이뤄지는 단계였다.

이날 관리원 직원들은 현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근로자 10여명을 현장사무소로 불러모아 VR체험교육을 실시했다.

관리원은 평소 건설공사 참여자(현장대리인, 건축감리, 건설근로자 등)의 안전 의식을 제고하기 위해 시청각 자료 등을 활용해 안전교육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건설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등 사고사망자가 쉽사리 줄어들지 않자, 관리원은 체험형 VR콘텐츠와 참여형 PC콘텐츠를 개발해 보다 직접적이고 참여도가 높은 방식으로 안전 의식을 고취시키기로 했다.

VR체험교육은 건설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주요 사고를 VR을 통해 체험해볼 수 있도록 했다.

VR장비를 착용했을 경우 눈앞에 보이는 화면 / 국토안전관리원 제공
구체적으로 △추락 △낙하 △용접화재 △밀폐공간 △충돌 △감전 △끼임 등 7가지 사고사례로 구성된다.

첫번째 체험자는 VR기기를 처음 착용해보는 탓에 어색해하는 모습이었지만, 관리원 직원이 헤드셋을 씌워주고 컨트롤러를 손에 쥐어주며 사용법을 알려주자 눈앞에 펼쳐진 가상세계에 이내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작업자 이정일씨가 지게차 충돌사고 VR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 김희용 기자
그는 지게차와의 충돌 사고를 간접체험했다. 가상세계에서 체험자는 시끄러운 현장에서 자재를 옮기는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잠시 휴대전화에 온 문자메시지를 살펴보며 한눈을 파는 순간, 뒤편에서 차소리가 들리더니 지게차가 순식간에 작업자를 덮쳤다. 갑자기 눈앞에 지게차가 엄습해오는 모습에 체험자는 “억!” 소리를 내질렀고, 화면이 이내 빨갛게 물 들어갔다.

다음은 소방ㆍ전기작업자 차례다. 체험자는 본인 직무과 관련성이 높은 감전 사고체험을 선택했다. 가상현실에서 체험자는 그라인더 작업을 지시받았다. 작업을 시작할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라인더가 작동되지 않았고, 체험자가 장비 상태를 확인해보려던 찰나, “으아아악!” 비명과 함께 장비를 붙잡고 있는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작업 시작 시 그라인더의 피복이 손상돼 있던 것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 감전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작업자 김남주씨가 VR체험 활동 중 감전사고를 경험하고 있는 모습 / 김희용 기자
체험자들은 관리원의 ‘찾아가는 안전교육’에 큰 만족도를 나타냈다. 중소규모 사업장에서는 평소 접해보지 못했던 선진화된 안전 교육을 접할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근 스마트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대형건설사들 안전체험관 등을 만들어 VR체험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근로자들 입장에서는 별도로 시간을 내야 하고 체험관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야 하는 등 수고를 깃들여야 한다.

충돌 사고체험을 해본 이정일씨는 “평소 실내작업 위주로 작업하다 보니 차량 충돌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었는데, 이번에 경험해보길 잘 했다”면서 “다른 현장에서도 이런 방식의 새로운 교육을 추천 드린다”고 강조했다.

소방ㆍ전기작업자인 김남주씨는 “감전사고 예방법 등은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이지만, 설명으로 듣는 것보다 VR을 통해 직접 한번 해보니까 사고 위험성에 대해 와닿는 바가 확실히 더 크다”라며 “강의나 동영상 등의 교육방식보다 훨씬 더 효과성이 높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근로자들로부터 높은 만족도가 나오자, 관리원은 VR체험교육을 확대하는 중이다.

관리원 관계자는 “VR체험교육은 지난 2021년 영남지사에서 시작된 것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대 중”이라며 “지난해부터 호남지사에서는 체험존을 운용하며 지자체 안전코칭 등 안전관리 업무에도 활용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본사에서는 지사에 VR기기(5대)와 콘텐츠를 보급하고, 각 지사에서는 현장점검을 나갈 때 건설공사 참여자들에게 VR안전체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해빙기, 우기, 동절기 현장점검과 병행하며 집중적으로 실시해 효과를 끌어올리고 있다.

백광섭 관리원 건설안전실장은 “올해 호남지사에서는 현재까지 12회, 81명의 건설공사 참여자를 대상으로 VR체험교육을 실시했으며, 오는 연말까지 총 30회, 150~200여명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관리원은 건설안전 엑스포 등의 행사에서도 VR-체험존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향후 VR콘텐츠 교육 참여자별 요구사항을 분석ㆍ활용해 건설공사 참여자, 외국인 근로자 등을 위한 맞춤형 콘텐츠를 발굴할 방침이다.

김희용 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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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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