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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레미콘 품은 정선...삼표 제치고 업계 2위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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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7-31 06:00:27   폰트크기 변경      
[ZOOM IN} 레미콘 시장 지각변동

업계 3위 인수로 시장점유율 11.8%
1위 유진 12.2%와 박빙...투톱 구도
"골재사업 바탕, 전국 유통망 확장"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중소기업인 정선골재그룹이 레미콘 업계 3위 쌍용레미콘을 인수하며, 삼표산업을 제치고 단숨에 업계 2위로 뛰어올랐다. 업계 맏형 유진그룹과도 아슬아슬하게 어깨를 견주는 형국이어서 골재 사업부문을 바탕으로 전국 유통망을 장악할 경우 시장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선골재그룹은 지난 28일 한앤컴퍼니로부터 쌍용레미콘 주식 76.9%(1806억 원)와 레미콘 공장 부지(2050억 원)를 사들이며 삼표산업을 제치고 업계 2위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40년간 유진과 삼표산업, 쌍용, 아주, 한라, 한일레미콘 등으로 공고하게 유지된 업계 판도가 정선의 쌍용레미콘 인수에 의해 단숨에 뒤집힌 셈이다.

쌍용레미콘은 1965년 서빙고 공장을 시작으로 전국 19개 레미콘 공장을 보유한 업계 3위 기업이다. 작년 기준 매출액 3798억원, 특히 레미콘 출하량을 따지면 이번 매각 대상에서 제외된 동해공장을 빼도 458만㎥에 달한다.

반면 정선골재그룹은 국내 레미콘 업계에서는 매출액 800억원 이하의 중소기업으로 분류된다.

정선골재그룹은 구용회 회장과 특수관계인을 중심으로 ‘공장별 법인화’를 한 특이한 사업구조로 되어 있다. 법인별로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핵심 레미콘 계열사인 정선(의정부 공장)의 매출액도 작년 기준 453억원에 그친다.

하지만 추정 계열사를 모두 합치면 총 매출액은 쌍용레미콘을 뛰어넘는 약 4700억원 규모다.

정선골재그룹이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감사보고서를 바탕으로 확인된 레미콘 계열사는 정선산업(경기 광주)과 장원레미콘(동서울), 장원(송도), 석천(양주), 정선레미콘(안양), 정선(의정부), 삼기(인천), 정선기업(김포), 만아(포천), 평화산업(철원), 장원산업(인천) 등 11개로 추정된다. 그 외 골재사업부문은 정선골재(안양·포천), 가락산업(포천), 청현기업(의정부) 등 3군데다.

업계가 추정한 정선그룹의 11개 레미콘 공장의 작년 출하량은 약 399만㎥. 여기에 이번 인수한 쌍용레미콘 출하량(458만㎥)까지 합쳐지면 무려 857만㎥에 달한다. 이는 시장 점유율 11.8% 수준으로 업계 부동의 1위였던 유진그룹(유진기업·동양) 점유율 12.2%와 근소한 차이다. 또 성수공장을 폐쇄한 삼표산업을 레미콘 출하량 면에서 약 24%나 앞지르기 때문에, 앞으로 레미콘 시장은 유진과 정선, 쌍두마차에 의해 움직인다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됐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수도권에만 공장이 집중됐던 정선이 이번 쌍용 인수를 기점으로 전국 판매망을 가췄다는 점에 가장 큰 의미가 있다”라며, “다만, 기존의 경영 방식대로 쌍용레미콘의 공장 18개를 분리 법인화할 것인지, 아니면 이번 기회에 중견·대기업으로서 지위에 걸맞은 사업구조 개편을 단행할지 여부가 관건이다. 업계는 물론 조달청 등 정부기관도 관심을 갖고 사안을 지켜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 정선은 어떤 기업?  중소 레미콘사 출발, 매출 4700억 규모 성장


공장별 법인화 특이한 지배구조 

중소기업 전략으로 관급비중 ↑

골재ㆍ레미콘 시너지 효과 기대 


국내 레미콘업계 3위 쌍용레미콘을 인수한 정선골재그룹(이하 ‘정선’)은 총 매출규모에 비해 업계에도 잘 알려진 기업이 아니다. 구용회 정선 회장이 모든 계열사를 직접 소유하면서도, 공장별 독립 법인화 체제로 운영하다보니 개별 기업의 매출액이 400억~600억원대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업계는 정선이 공장별 별도 법인화를 택한 이유를 중소기업 지위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경기 의정부와 김포에 공장 2개를 소유했던 중소 레미콘사였던 정선은 구 회장의 전략적인 경영 행보 덕분에 현재 레미콘 공장만 11개, 골재 부문(3개 기업)까지 합쳐 매출액 4700억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사실상 쌍용레미콘의 매출액보다 27%가량 많은 ‘수퍼’ 중소기업인 셈이다.

그러면서도 각자 공장이 법인화돼 있어 조달청의 관수레미콘 입찰에 개별 참여가 가능했다. 업계 추정에 따르면 11개 레미콘사의 매출액에서 관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18~20%다. 업계가 정선이 쌍용레미콘의 18개 공장도 정선처럼 분리 법인화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한 레미콘사 대표는 “업계 1위인 유진과 삼표산업은 대기업이기 때문에 이목도 집중되고 행보에 많은 제약을 받지만, 정선은 물밑에서 조용히 커왔다”며 “이번 기회에 구 회장이 중소기업의 지위를 버리고 대기업으로 파워를 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정선과 쌍용레미콘의 만남으로 골재 시장 장악력이 커진 점이다.

정선은 수도권에 위치한 정선골재와 가락산업, 청현기업 외에도 골재 겸업을 하는 레미콘사를 보유하며 이미 골재 석산 6개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쌍용레미콘 역시 인천 등 3개 골재 석산을 소유 중이다.

두 회사의 골재 생산력을 바탕으로, 쌍용의 전국 영업망과 정선의 관수 시장 장악력이 결합하면 훨씬 많은 판매처 확보도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대형 레미콘사 임원은 “레미콘사가 영업이익률을 높이려면 골재 공급원을 갖고 있어야 한다. 영업이익 면에서 보면 정선과 쌍용레미콘이 앞으로 업계 1위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멘트 업계에서는 정선의 쌍용 인수를 부동산 자산 측면에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쌍용레미콘은 경기 양주와 성남, 광주, 의왕, 부천 등 주요 수도권 지역에 10개에 달하는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레미콘 공장이 생산 플랜트와 원재료 하치장, 믹서트럭 주차를 위해 부지가 상당히 넓다는 점을 감안하면 ‘땅값만 따져도 정선에 남는 장사’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한 시멘트사 임원은 “지금과 같은 시점에 쌍용레미콘을 매각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레미콘 공장 부지 가격을 2050억원에 책정한 것도 다소 의아한 대목”이라며, “쌍용레미콘 공장 부지들이 삼표의 성수공장만큼은 아니어도 알짜 부지가 많았다. 정선으로서는 공장을 다 철거하고 땅만 분할 매각해도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을 정도”라고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한편, 현재 쌍용레미콘의 임직원은 임원 4명 포함, 333명에 달한다. 정선골재그룹의 고용승계 여부는 비밀유지조항에 따라 외부에 알려진 바가 없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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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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