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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강변길 걷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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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8-02 07:00:22   폰트크기 변경      

‘트렉킹’이라고 하면 할 말이 조금 있다. 경치 좋고 걷기 쉬운 해변길, 강변길, 천변길을 꽤나 걸어봐서다. 신빙성도 높일 겸 자랑하자면, 부산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해파랑길을 비롯해 서울∼춘천 북한강과 양평∼여주 남한강, 금강 강변길을 유람했다. 서울시내 여러 실개천과 태화강 십리대숲길, 갑천, 무심천 같은 지방도시 하천들도 기억에 남는다.

많은 수변길이 아름답고 깨끗하고 인상적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마다 경쟁하듯 공들여 길을 꾸며놓아서, 어느 세월에 그 좋은 길들을 다 걸어볼까 걱정스럽기조차 하다.

청주∼세종을 휘감아도는 미호강 강변길도 생각난다. 조치원역 앞에서 출발해 조천을 거쳐 미호강에 접어든 다음, 합강을 지나 금강까지 이르는 20여㎞ 코스였다. 미호천에서 미호강으로 최근 승격된 이곳은 천연의 자연미가 두드러지지만 동시에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다. 제방 위에 자전거길을 겸한 좁다란 보행로만 조성돼 있을 뿐, 다른 지방하천에 비하면 정비가 잘 돼있지 않아서 다섯 시간의 트렉킹 도중에 마주오는 이를 거의 만나지 못할 정도였다.

강폭을 넓히고, 제방을 높이고, 강 바닥을 준설해 담수량을 늘리고, 유수지에 각종 체육시설과 공원ㆍ산책로를 조성하는 하천정비사업은 지역 주민들에게 최고의 복지 인프라이자 홍수에 대비한 재난안전 인프라인데 어찌된 일이었을까?

알고 보니, 정부는 이미 2017년부터 미호강 정비사업을 추진했었고 충북도 또한 2021년에 미호강 일대 준설사업 계획을 발표했었다. 하지만 환경단체의 집요한 반발에 막혀 준설공사의 첫삽도 뜨지를 못했다.

미호강에는 ‘미호종개’가 산다. 미꾸리 과의 이 민물고기는 미호강에서 이름을 따온 천연기념물이자 1급 멸종위기 동물이다. 2000년 이후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다가 2021년에 재발견되면서 지역 환경단체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무분별한 토목공사로 자연환경을 파괴하지 말고 미호종개가 돌아오는 천연의 미호강을 만들자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었다.

생태계 보전과 개발을 통한 삶의질 제고는 그치지 않는 경쟁 논리이지만 최근 하천정비에 대한 여론의 무게추는 개발 쪽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상상 이상의 폭우를 동반한 이상기후 현상이 해마다 반복ㆍ격화되고 있고 홍수로 인한 인명ㆍ재산 피해가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로 여론은 한층 기울었으리라 본다. 최근에 만난 청주의 한 토박이 시민은 “정비사업에 반대하는 청주 사람은 백 명에 한 명 꼴도 안 될 것”이라면서 “미호강을 통틀어 몇 마리 있는지도 모를 미호종개를 살리느라 수년째 준설작업에 착수도 못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한심하다”고 격한 감정을 터뜨렸다.

하천정비사업은 확실한 편익이 보장돼 있다. 지방소멸의 시대에 지자체 경쟁력을 높이는 필수 인프라사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며칠 전 환경부 장관이 지방하천의 정비사업을 국가가 직접 시행하고, 행정절차도 대폭 앞당기겠노라 밝혔는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격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신정운 건설산업부장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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