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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주로 칼럼] 애플페이 ‘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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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8-03 05:00:33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올 상반기 카드업계를 달군 ‘뜨거운 감자’는 애플페이의 한국 상륙이다. 치솟는 조달금리에 실적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도 애플페이의 국내 진출은 빅테크가 간편결제 시장을 잠식하고, 카드사가 이에 종속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젊은층의 아이폰 이용률이 높은 상황에서 애플페이의 한국시장 진출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애플페이와 최초 제휴한 현대카드가 너무 비싼 수수료를 지불했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현대카드가 애플에 주는 수수료는 건당 0.15%로 알려져 있다.


이는 미국 0.15%, 러시아 0.12%, 이스라엘과 중국이 각각 0.05%, 0.03%임을 감안할 때 중국의 5배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편이다. 미국 내 애플페이를 사용하는 은행 등 4000개 이상의 제휴사는 매년 최소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국내 간편결제시장 1위인 삼성페이가 국내 카드사에 대한 ‘수수료 무료’ 정책을 유지한단 소식이 들려왔다. 수수료 유료화와 상생의 갈림길에서 삼성은 카드업계의 최근 어려운 상황을 배려한 것이다. 애플페이에 이어 삼성이 유료화를 결정했다면 뒤를 이어 네이버페이ㆍ카카오페이 등도 유료화 릴레이를 이어 갔을 것이다.

애플페이의 국내 서비스와 관련해 또 다른 우려 사안은 ‘보안’ 문제다. 삼성페이가 국내 결제망만 사용하는 것과 달리, 애플페이는 비자ㆍ마스터 등 글로벌 결제 사업자들의 표준규격인 EMV방식(Europay, Mastercard, Visa 등 카드사가 모여 만든 근거리무선통신 결제 표준)이 적용된다. 이 과정에서 국내 사용자들의 신용카드 번호, CVC 값, 가맹점 결제 정보 등이 국제망으로 이관된다.

향후 애플페이의 뒤를 이어 페이팔, 위챗페이, 알리페이 같은 각종 해외 간편결제 서비스가 국내에 입성할 경우 동일하게 국제망으로 정보를 이전해 갈 수 있을 것이다. 금융당국이 이미 애플페이를 승인했고 향후 각종 해외 간편결제서비스를 허용할 계획이라면, 보안문제에 대한 명확한 대비와 법적인 책임소재를 적시해야 옳다.

애플은 국정감사에 국내법인 대표가 출석해도 ‘모르쇠’로 일관하기로 유명했다. 국회도 아랑곳 않는데 금융당국 앞인들 신경이나 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당국은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관련 규제를 통해 간편결제서비스 같이 소비자와 직접 맞닿는 금융 플랫폼의 법적인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당연히 애플페이와 같은 해외 플랫폼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국내업체에 역차별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근 카드사노조협의회는 ‘한국이 글로벌 호구가 됐다’고 비판했다. 애플페이에서 촉발된 간편결제 수수료 부과는 결국 소비자 피해로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애플페이에 ‘록인(Lock-in)’된다면 이후 파급효과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 없는 이유다. 애플 역시 국내 수많은 아이폰 이용자들이 결국 애플페이 이용자로 연결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타 국가대비 높은 수수료를 물리거나 한국 소비자에 대한 박한 서비스 정책을 펼쳐선 안될 것이다.

사진: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개인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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