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상률 조정 등 중재 중인데
가격 14% 올린 계산서 발행 시작
인상률·시점 제각각...시장 혼란
성신양회는 "협상 끝날때까지 보류"
![]() |
쌍용C&E 동해공장 전경 / 사진: 쌍용C&E |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시멘트 업계의 맏형 쌍용C&E가 7월 출하분에 대한 가격 인상 적용을 실행했다. 8월부터 14% 가격 인상분을 적용한 세금계산서 발행을 시작하며 업계에서는 일대 혼선이 빚어진 상황이다. 수요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가격 인상률 조정 및 인상시점 연기 등에 대한 교통정리가 늦어지고 있다며 볼멘소리도 나온다.
8일 레미콘 업계에 따르면 쌍용C&E가 7월 출하분부터 1종 벌크시멘트 가격을 t당 14.1%(10만4800원→11만9600원) 인상한 내역을 적용한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
앞서 지난 27일 국토교통부 주재로 열린 ‘시멘트·레미콘·건설업계 3차 간담회’에서 가격 인상시점 연기 검토 의사를 밝혔던 쌍용C&E가 8월 가격 인상안 관철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 레미콘사 관계자는 “업계 2위인 한일시멘트가 9월 출하분부터 가격 인상 적용을 발표한 이후 국토부 주재 3차 간담회에서 쌍용C&E가 인상시점 연기 의사를 밝히며 인상분을 적용한 세금계산서 발행이 10월 이후로 연기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8월부터 인상분을 적용한 계산서를 보내왔다”며, “아직 정부 주재 간담회를 통한 가격 협상도 끝나지 않았는데 다소 당황스럽다. 쌍용C&E의 인상의지가 대단히 강경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쌍용C&E와 함께 7월 출하분부터 14.3%(10만5000원→12만원) 가격 인상안을 발표했던 성신양회는 인상분 적용을 잠정 보류했다. 성신양회 관계자는 “1ㆍ2분기 생산원가 증가분을 감안했을 때 가격 인상 단행을 더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나, 국토부 등 정부가 나서 가격 협상을 중재하는 상황을 고려해 인상분 적용은 협상이 끝날 때까지 연기하기로 했다”며,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간담회에서 확인한 수요업계의 애로사항을 무시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시멘트 업계 내에서도 쌍용C&E의 가격 인상안 관철이 다소 무리한 행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물론, 산업통상자원부까지 나서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냈음에도 인상분을 반영한 세금계산서를 수요업계에 일방적으로 보낸 것은 기존 쌍용C&E의 경영 행보와 많이 다르다는 평가다.
한 시멘트사 임원은 “아직 수요업계와 가격 협상도 끝나지 않았고, 국토부가 4차 간담회에서 접점을 좁혀보자는 의사까지 밝혔는데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는 것이 약간 이해하기 어렵다”며, “업계 맏형이고, 가격 인상안을 제일 처음 꺼내 들었으니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 협상 결과에 따라 후정산을 해줄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쌍용C&E 정도의 대기업에서 취하기는 복잡한 방법이다”라고 풀이했다.
한편, 레미콘ㆍ건설 등 자재 수요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가격 중재가 조속히 마무리되길 기대하는 모습이다. 3차 간담회까지 이어지면서도 협상 접점을 찾지 못해 평행선이 이어지다 보니 하반기 사업계획을 짜기 어렵다는 호소다.
시멘트를 직접 구매하는 대형 건설사 임원은 “건설사별로 시멘트 거래처가 다른데 인상분 적용시점도 제각각이고 인상률도 확정된 것이 없다. 이 가운데 레미콘사로는 세금계산서 발행이 시작되며 4분기에는 레미콘 단가 재협상 얘기가 나올 것 같다”며, “인상률과 인상시점을 잘 조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업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반기 신규 착공 현장들이 공사 실행률을 가늠하기 어려워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