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원가가 79만원인데" 유통 업계 근심
국산과 수입산 가격 차이 t당 7만원 안팎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수입 철근 시중 거래가격 t당 80만원선이 무너졌다. 경기침체와 계절적 요인이 맞물리며 수입 유통사들이 설정한 가격 마지노선이 밀린 셈이다. 업계는 가격 하락세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으로 내다보며 수입 철근 신규 계약을 잠정적으로 보류하는 모습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수입 철근 거래가격이 t당 78만~80만원 사이에 거래되고 있다. 수입 유통업계는 웬만하면 80만원 밑으로는 거래하지 않으려는 모습이지만,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 유통사들을 중심으로 이미 70만원 후반대 거래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모습이다.
철근 수입유통사 임원은 “현재 중국산과 일본산 철근 수입 원가에 근접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곳들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적자 판매가 시작된 셈”이라며, “국산 가격이 80만원 후반대로 떨어지다 보니, 수입산이 덩달아 밀리는 셈이다. 전형적인 철근 불황기에 발생하는 거래 양상”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중국 제강사들의 철근 수출 오퍼 가격은 SD400 강종 기준 t당 585달러(77만1000원)이다. 물류비 및 부대비용을 포함하면 수입원가가 t당 80만원을 훌쩍 넘어서는데, 시세가 80만원 밑에 형성된 상황이라 어떤 가격에 판매해도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수퍼 엔저’ 영향으로 최근 국내 시장에서 인기몰이 중인 일본산 철근도 최근 계약 가격이 t당 8만2000엔으로 올랐다. 수입원가만 따져도 t당 79만인데 시세가 원가에 형성됐다 보니, 유통사들의 근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대형 철근 수입유통사 관계자는 “시세는 하락일로인데 환율은 오르고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 환율이 계속 오르면 신규 계약물량은 물론이고 기존 계약 물량까지 적자로 전환되는 상황이라 수입 유통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팽배하다”라며, “일단 신규 수입 계약은 중단하고 있고, 기존 보유 물량은 9월 성수기 이후 판매를 개시하려 하지만, 일부 유통사가 적자를 감수하고 ‘던지기식’ 거래를 이어가고 있어 전략을 세우기 쉽지 않다”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국내 수입산 유통시세가 하락하며 인천항으로 들어오는 철근 재고량도 10만t 선 아래로 떨어졌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현재 재고량은 약 9만4000t. 작년 수입산 시세가 100만원을 넘나 들며 거래될 때는 27만t까지 근접했던 재고량이 하루아침에 급감한 모양새다.
철근 유통업계는 당분간 수입산 철근 시장이 활기를 차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국산마저 시세가 t당 86만원대까지 내려앉은 가운데 수입산의 80만원선 방어는 어렵다는 관망이다. 특히 국산 철근 재고량이 30만t을 넘어서며 업계가 생각하는 적정 재고량(20만t)을 30% 초과한 상태이다 보니 건설사 수요가 수입산까지 넘어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형 철근유통사 대표는 “수입산과 국산 가격 격차가 t당 10만원 정도는 벌어져야 건설사 입장에서 수입산을 쓰는 매력이 있다. 지금의 가격 격차 정도로는 당분간 수입산 거래 물량이 회복되기 어렵다”라며, “8월 하순으로 이어지며 시세가 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적자를 감수하고 재고 물량을 빨리 소진하려는 움직임이 가격 하락세를 부추기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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