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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코일철근 시장 공급 개시...건설업계 '냉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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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8-14 06:00:25   폰트크기 변경      

3000t 시범 물량 완판...내달부터 양산
t당 8만원 저렴...제강사와 '스와프'까지
건설업계 "기존 선재설비 활용 거부감"
탈탄소 역행...철근 품질에 의구심도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생산된 선재. 와일드 타입의 코일 철근도 선재처럼 느슨하게 감긴다. / 사진: 포스코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철강업계의 ‘공룡’ 포스코가 철근 판매를 개시하며 창사 55년 만에 건설시장에 발을 들였다. 최근 3000t가량의 시범 물량을 완판했고, 내달부터는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다만, 포스코라는 브랜드와 적극적인 가격 공세에도 불구하고 수요업계의 반응은 의외로 차가운 모습이다.

13일 제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이달 초 3000t 정도의 코일철근을  입도선매 형식으로 철근가공사에 판매했다. 1968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건설시장에  직거래 방식으로 진출한 것이다.

포스코는 그동안 후판을 통해 간접적으로 주요 교량 프로젝트 등에 제품을 납품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자동차와 조선용 생산설비를 이용한 공급이었다. 건설에 직접 쓰이는 철근과 H형강은 전기로를 통해 생산되는데, 고로 베이스인 포스코에는 설비 제약이 따랐다.

이번에 생산ㆍ판매한 코일철근은 포항공장의 선재 설비를 활용해 만들었다. 선재(wire rod)는 지름 5.5∼40.0㎜의 두꺼운 철사를 실뭉치처럼 말아놓은 것으로, 코일철근과 생산 방식이 동일하다. 가격경쟁력에서 중국산에 밀려 사실상 가동 중지된 선재 생산라인을 코일철근 생산라인으로 바꾼 것이다.

앞서 포스코는 포항공장의 4개 선재 생산라인 중 1곳을 와일드 타입 코일철근 생산을 위한 설비로 개조했다. 시장성이 검증되면 나머지 선재 라인도 코일철근 생산용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한, 포스코는 이번 판매를 위해 지난 5월 한국표준협회로부터 SD400ㆍSD500 강종의 10∼13㎜ 규격에 대해 KS인증을 받았고, 지난달에는 철근 가공 품질 테스트도 마쳤다. 이 과정에서 건설사와 유통사, 철근 가공사 외 코일철근을 생산하지 않는 현대제철ㆍ한국제강ㆍ환영특강ㆍ한국특강 등 제강사에까지 접촉해 ‘스와프(Swap)’ 거래까지 제시하는 과감한 행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와프 거래는 철근을 가공공장으로 넘길 때 일자형과 코일 물량을 교환하는 것으로, 제강업계에서는 공공연하게 이뤄진다.

품질 인증을 받긴 했지만, 수요업계의 반응은 일단 냉랭하다. 현장 검증이 안 됐다는 점에서다. 시범 생산 물량은 받아준 철근가공사들도 품질보다는 가격적인 요인이 제품 구매에 우선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는 일반 철근의 유통시세에 2만원을 얹히는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했다. 현재 유통시장에서 철근이 t당 87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으니, 89만원에 판매하는 셈이다. 이는 동국제강ㆍ대한제강 등 경쟁사 제품보다 t당 8만원 저렴한 수준이다. 철근가공사 입장에선 가공비를 모두 보전받고도 남는다.

반면 건설업계는 제품 품질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자체 철근 가공공장을 보유 중인 대형건설사는 “가격만으로는 결정하기 어려운 제품의 단점이 발견됐다. 좀더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며 포스코의 코일철근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건설사들도 “포스코란 브랜드만 믿고 쓸 수는 없다. 선재 설비를 활용한 철근이란 점에 대한 거부감도 있다”는 분위기다.

한편, 제강업계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탈탄소’를 외치며 설비 개선을 약속한 포스코가 기존의 낡은 고로 설비를 활용해 전기로 생산 제품(철근) 시장에 진입한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제강사 임원은 “그동안 전기로 생산체제를 유지하며 제품 개발을 한 업체들을 ‘바보’로 만든 것은 둘째 치고, 시대를 역행하는 포스코의 행보를 정부가 아무 제재 없이 방임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성토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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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부
최지희 기자
jh606@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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