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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주로칼럼]건전재정은 청년 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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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8-21 06:00:25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권해석 기자]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이달 초 기대여명에 따른 투표권을 언급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노인보다 청년이 더 많은 투표권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로 ‘노인 비하’ 비판이 나왔고, 김 위원장이 대한노인회를 찾아가 사과하기로도 했다.

1인1표를 기반으로 한 다수결 민주주의를 채택한 우리나라에서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기대여명 투표에 담긴 청년들의 불만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청년들은 평균적으로 기성세대가 청년일 때보다 물질적으로 충족하다. 그럼에도 상당수 청년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한다.

저성장으로 인한 기회의 상실이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으로 표출되는데, 기성세대가 기득권 수호를 위해 청년들의 앞길을 막고 있다는 불만이 기저에 깔려 있다. 가상화폐 규제에 보인 청년들이 반응이 대표적이다.

실제 사회적 재원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청년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불리한 위치로 점차 몰리고 있다.  정부 정책은 결국 선거의 결과인데, 고령화로 노인인구 비중이 늘어나면서 청년은 노인을 투표로 이길 수 없다.

선거와 재정 정책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개념 중에 중위투표자가 있다. 선거에서는 유권자를 일렬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에 위치한 유권자, 즉 중위투표자를 공략해야 승리 가능성이 높다. 중위투표자 기준으로 소득이 중요하지만, 연령도 무시할 수 없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중위투표자의 연령이 높아지게 된다. 이에 맞춤형 선거 전략을 세우게 되면 재정 지출은 늘어나게 된다. 고령 유권자의 마음을 잡는데 연금이나 복지 등 정부지출 확대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선거를 치를 때마다 기성세대에 유리한 재원 분배 구조가 강화되고 있는 셈이다.

건전재정을 중시하는 쪽에서는 이런 선거 메커니즘이 미래 세대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본다. 지금의 재정적자는 미래세대의 몫을 이미 당겨쓰는 행위라는 점에서다.

현 정부와 여당이 확장 재정을 통한 재정적자 확대는 미래 세대에 대한 약탈이라고 말하는 것과 맥이 닿아 있다.

그렇다면 건전재정은 청년의 편일까. 건전재정은 세금을 인상해 재정 수입을 늘리는 방식이나 돈을 덜 쓰는 지출 축소로 달성이 가능하다. 지금 정부는 감세 정책을 이어가고 있으니 지출 축소로 건전재정으로 가려고 한다.  정부가 내년 예산 증가율을 3%대로 잡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데,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마이너스 예산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초점은 어디서 지출을 줄일 것인가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내년에 총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표가 되는 중위투표자에 유리한 재정지출을 줄여 청년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기 쉽지 않다.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줄이는 것도 선거와 별개로 볼 수 없어서다.

특히 재정 지출 축소에 따른 경제적 타격도 사회적으로 기반이 약한 청년들이 더 크게 받을 우려가 크다. 결국 청년의 불만을 잠재우려면 건전재정이라는 레토릭보다 실제 재정 투입의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 그런데 과연 가능한 일일까.

권해석 기자 hae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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