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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미술품 156점, 총 123억대…여름철 경매 빅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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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8-21 13:52:45   폰트크기 변경      
케이옥션 23일 국내외 작가 수작 61점 경매…서울옥션은 29일 인기화가 작품 97점 출품

박수근의 1962년 작 ’귀로‘.  /사진: 서울옥션 제공


‘국민화가’로 불리는 박수근(1914~1965)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6·25전쟁을 거치면서 자신만의 시각으로 독자적인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정식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평생 성실한 작가로 일관했던 그였다. ‘빨래터 아낙네들’, ‘절구질하는 여인’,  ‘아이를 업은 소녀’, ‘농악’ 등 서민의 평범한 일상이 반영된 박수근의 그림은 투박한 질감과 수수한 색감이 특징이다.


박수근의 1962년작 ‘귀로’는 화강암 같은 질감으로 서민들의 삶을 담담하게 그려낸 수작으로 꼽힌다. 앙상한 나뭇가지로 상징되는 가난한 시대의 일상을 황토색 짙은 색감으로 표현했다. 신작로에 늘어선 나무를 따라 보따리를 이고 귀가하는 아낙네들의 모습을 비교적 따뜻한 기운으로 가식 없이 담아냈다. 나무와 여인을 배치한 아주 단순한 설정이지만 어려운 시절의 삶, 그 속으로 돌아가는 사람의 풍경이 묘한 울림을 준다.

박 화백의 ‘귀로’를 비롯해 일본 팝아티스트 요시토모 나라의 그림, 한국 미술시장 대표작가 김환기 화백의 종이작품, 추사 김정희의 편지 등 고가 미술품 158점이 미술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국내 양대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오는 23일과 29일 차례로 벌이는 여름 경매를 통해서다. 두 회사가 내놓은 경매 작품 추정가 총액은 약 123억 원. 지난달 기획 경매(약 134억 원)보다 10% 줄어든 규모다.


지난해 말부터 미술시장이 조정을 이어가고 있지만 올 연말이나 늦어도 내년 초 경기가 살아날 경우 작품값이 오르고 환금성도 좋아질 전망이어서 경매에 도전해볼 만하다. 다음달 한국국제아트페어와 프리즈아트페어 개최를 앞두고 열리는 경매여서 더욱 시선이 쏠린다. 스마트폰으로 경매 출품작을 서핑하고 전화, 서면으로도 응찰할 수 있다.


요시토모 나라의 ’발로차는 바리케이트‘. /사진: 케이옥션 제공


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은 오는 2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경매장에서 여는 여름 경매에 일본 화가 요시토모 나라의 1999년 작 ‘발로 차는 바리케이트(Burst Barricade)’작품을 ‘얼굴 상품’으로 내걸었다.

세로 29.7cm, 가로 21cm 크기의 이 그림은 순진한 듯하면서 악동 같은 어린 소녀를 만화의 한 장면처럼 연출한 작품이다. 과감한 생략과 변형을 준 그림 속 소녀는 얼핏 보기에는 앙증맞지만 섬뜩한 모습이 강한 인상을 풍긴다. 현대인의 내면에 감춰진 두려움과 고독감, 반항심, 잔인함 등의 미묘한 감정을 읽을 수 있다. 작품의 추정가가 2억5000만~3억5000만 원이다.

현재 비엔나 현대미술관(Albertina Modern)에서 초대전을 갖고 있는 요시토모 나라는 일본 네오팝의 선두주자로 여전히 많은 컬렉터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19년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그의 ‘나이프 비하인드 백(Knife Behind Back)’이 1억9569만6000 홍콩달러(약 330억원)에 낙찰, 당시 아시아 생존 작가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이우환의 ’바람으로부터‘. /사진: 케이옥션 제공


국제미술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우환의 ‘바람’ 시리즈 두 점도 입찰대에 오른다. 추정가 8억~12억원에 나온 1982년 작 ‘바람으로부터’는 주황색 계열의 색상으로 버무려 강렬한 인상을 주는 동시에 생동감까지 아우렀다. 손이천 홍보이사는 “더욱이 이 작품은 단색화 거장 박서보와 함께 사진으로 기록돼 있어 그 가치를 더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작품 ‘바람과 함께’는 추정가 2억 원에서 2억5000만 원으로 매겨져 있다.

케이옥션은 또 김환기가 1968년 뉴욕시절 작품 두 점을 경매에 부친다. 신문지에 유채로 그린 실험적 작품이다. 뉴욕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김 화백이 다양하게 시도한 조형적 미학의 결과여서 컬렉터들의 응찰경쟁이 예상된다.

이 밖에 장욱진, 이대원, 천경자, 황염수, 이숙자, 남관, 김흥수 등 국내 화단에 큰 족적을 남긴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K-아트의 차세대 주자 서도호의 소품도 새 주인을 찾는다. 한국의 전위 예술을 주도한 이건용ㆍ이강소ㆍ이배의 작품 역시 켈렉터들의 관심이 기대된다. 출품작 61점은 경매가 열리는 23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국내 미술품 경매회사 ‘맏형’ 서울옥션은 오는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강남센터에서 치르는 제174회 메이저 경매에 박수근의 1962년 작 ‘귀로’를 전면에 내세웠다. 박 화백의 '귀로'는 나목과 집, 여인 등 작가의 대표적 도상을 담은 작품으로, 추정가 6억∼8억 원이다. 이옥경 서울옥션 부회장은 “박수근의 이 작품은 1975년 문헌화랑을 시작으로 호암미술관,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등 주요 전시에 빠지지 않고 출품될 정도로 미술 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천경자의 ’자바의 여인‘ . /사진: 서울옥션 제공


서울옥션은 또 ‘산의 화가’ 유영국의 1966년작 ‘연’과 1984년작 ‘워크’(Work)를 각각 추정가 4억5000만∼8억 원, 4억∼6억 원에 경매한다. 한국적 인상파의 선두주자 임직순이 1957년 제6회 대한민국미술전람에서 입상한 작품 ‘화실의 오후’, 천경자가 1986년에 그린 ‘자바의 여인’ 등 희귀작품들도 낙찰경쟁을 벌인다.

고미술품으로는 서화류부터 도자류까지 고루 내놓았다. 조선시대 화가 북산 김수철의 ‘산수도’가 눈길을 끈다. 그림 상단에 우봉 조희룡과 표암 강세황의 증손자인 대산 강진이 화제를 썼다. 당대 최고의 문인들이 친밀한 교류를 통해 탄생한 작품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또 백범 김구 선생이 1947년 3ㆍ1절을 기념해 쓴 ‘시고’, 추사 김정희의 ‘간찰(편지)’이 나온다. 추사의 간찰 중 두 점은 제주도 유배 직후 이른바 ‘강상시절’에 작성된 것으로 초의선사와의 교우관계를 알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어 눈길이 간다.

아울러 조선시대 ‘백자청화개구리형연적’, 알이 굵은 포도 문양이 돋보이는 ‘백자청화포도문호’, 독특한 기품이 느껴지는 ‘백자청화산수문호’등 다양한 도자류도 이번 경매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출품작 97점(추정가50억 원)은 29일까지 누구나 출품작을 관람할 수 있다. 26일 오후에는 사전 신청자를 대상으로 특별 도슨트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김경갑 기자 kkk10@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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