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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백경민 기자] 국토교통부가 전면에 나서 건설 이권 카르텔의 핵심으로 전관을 지목하면서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로 촉발된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분위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달 31일 이후 전관업체와 계약 및 심사 절차를 진행한 설계ㆍ감리용역에 제동을 건 데 이어, 최근까지 LH 발주계약 관련 유관기업에 취업해 일하고 있는 퇴직자 재직 여부에 대한 종합적인 파악에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나아가 정부 차원에서 도로와 철도 등 분야까지 전관 현황 파악에 나설 조짐을 보이면서 전방위적 건설 이권 카르텔 혁파에 칼날을 휘두를 전망이다.
시장에서도 전관 카르텔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로 보고 있다. 실제 전관 없이 사업을 수주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한 지는 이미 오래됐다. 전관의 입김에 수십억짜리 사업이 좌지우지되는 현실은 분명 시대적 화두인 공정의 가치와도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이 문제는 더 근본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각종 수단을 동원해 무작정 시장에서 전관을 퇴출시킨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전관들에 모든 책임을 몰아가는 듯한 분위기에 반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관업체가 사업권을 가져가면서 붕괴사고를 초래했다는 개연성이 낮은 데다, 건설기술인과 또다른 전문성을 지닌 전관의 역량도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관 문제만 놓고 본다면, 그들이 그만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배경에 초점을 맞추는 게 먼저다. 발주제도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건설엔지니어링 종합심사낙찰제와 안전진단 SOQ(기술인평가서) 등이 대표적이다.
대체로 정성평가 결과로 희비가 갈리면서 업계 전관 영입 경쟁을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분야 가릴 것 없이 관련 사업 수주도 대다수 전관업체의 몫이 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종합심사낙찰제는 이미 지난해부터 수차례 연대 탄원을 통해 입찰 폐단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정부에 호소한 바 있다.
전관을 이번 사태의 주범으로 보는 것은 편협한 시각에 불과하다. 현 발주제도가 전관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10월 중 발표될 건설 분야 이권 카르텔 혁파 방안이 전관 퇴출에만 매몰돼서는 안 되는 이유다.
백경민 기자 w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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