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트 맥주 100종 이상 선봬
세계각국 양조장 협업 제품 이어
이달 패션브랜드 콜라보도 예정
합정ㆍ한남ㆍ성수점 건물기획 등 총괄
6층건물 성수점, 담백한 디자인 특징
발효맥주가 파이프 타고 상하 이동
층별로 다양한 경험 만끽할 수 있어
“고객 좇기보다 스스로 오게 해야”
이수용 서울브루어리 대표는 힙한 성수동에서 양조장 복합문화공간이 주목받는 이유를 “맥주를 넘어 다양한 경험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비즈니스의 힘”이라고 말했다./ 안윤수 기자 ays77@ |
[대한경제=김태형 기자] 힙(트렌디)해지고 싶으면 성수동으로 가라. 쇠퇴한 준공업지역이던 성수동 수제화 거리는 팝업과 플래그십 스토어의 성지로 변모했다. 크리스찬 디올의 플래그십 매장(디올 성수)과 무신사 복합문화공간(무신사 테라스 성수) 등이 속속 들어서고 삼성전자, 마르헨제이, 탬버린즈, 시몬스 등의 팝업스토어가 수시로 열린다.
지난 4월 성수동 핫플레이스 연무장길에 국내 최대 규모의 도심 속 양조장이 문을 열었다.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수직 양조장 시스템을 기반으로 100종 이상의 다양한 크래프트 맥주를 선보이는 복합문화공간 ‘서울브루어리 성수’다. 세계적인 흑맥주(스타우트) 브랜드 기네스 본사에서 이미 다녀갔고, 독일ㆍ덴마크ㆍ일본의 양조장과 협업한 맥주가 현지에서 팔리고 있다. 최근에는 110년 역사의 스테인리스 텀블러 브랜드 ‘스탠리’의 팝업 행사가 열렸고, 이달에는 럭셔리 패션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공동작업)한 맥주도 나온다.
성수동에서 가장 ‘힙’한 양조장을 이끌고 있는 이수용 서울브루어리 대표는 <대한경제>와 인터뷰에서 “맥주를 넘어 다양한 경험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비즈니스의 힘”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홍익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건설회사, 디벨로퍼, 부동산 컨설턴트를 거쳐 양조장에 안착했다.
서울브루어리는 2018년 합정동에서 탄생한 크래프트 맥주 브랜드다. 흔히 ‘수제 맥주’로 부르는 크래프트 맥주는 소규모 양조장이 자체 개발한 제조법에 따라 만들어지기 때문에 저마다 독특한 풍미가 있다. AB인베브, 기린, 하이네켄 등 대형 맥주 제조 기업들이 양조장 인수에 뛰어들만큼 주목받는 시장이다. 국내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1500억원대(작년 기준), 업체는 160여개에 이른다.
이수용 서울브루어리 대표./ 안윤수 기자 ays77@ |
서울브루어리는 가정집을 개조한 합정점, 상가 건물에 위치한 한남점과 달리 성수점은 직접 땅을 매입해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로 지었다. 이 대표는 합정부터 성수까지 건물 기획ㆍ디자인을 총괄했고, 건축ㆍ인테리어 전문가인 최재영 더퍼스트팽귄 대표과 함께 콘텐츠(양조장)의 힘을 극대화하는 공간 디자인을 구현해냈다.
서울브루어리 성수는 나무, 유리, 시멘트, 스테인리스 등 건축재료의 물성을 드러내는 담백한 공간 디자인이 특징이다. 거친 표면이 느껴지는 노출 콘크리트의 경우 나무 무늬를 그대로 살리기 위해 한 땀 한 땀 작업했다. 지하에서 루프탑까지 관통하는 엘리베이터 코어는 ‘원기둥’ 형태로 디자인했다. 이는 양조장 설비와 맥주잔 등을 형상화한 것으로 서울브루어리의 정체성을 반영한다. 건축법이 허용하는 최고 높이(5.5m)의 층고는 개방감 있는 실내 공간을 연출한다.
서울브루어리 성수는 지하와 4층에 양조시설을 갖춘 세계적으로 드문 수직 양조장 시스템을 갖췄다. 글로벌 맥주 브랜드 기네스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다녀갔다./ 안윤수기자 ays77@ |
성수점은 건물 자체가 브루어리(양조장)다. 지하와 4층에 양조시설을 갖춘 독특한 구조로, 1∼3층의 카페ㆍ탭하우스ㆍ다이닝 레스토랑에서도 양조 탱크에서 발효된 맥주가 수직 파이프를 타고 상하층으로 이동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5층은 문화공간으로 지금은 매주 재즈 공연이 열린다.
이 대표는 “서울 어디서나 흔한 게 펍이고 레스토랑이다. 하지만 매일 신선한 맥주를 만드는 과정을 층별로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곳은 서울브루어리가 유일하다”며, “고객을 좇기보다 스스로 오게 하려면 더 좋고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브루어리 성수는 올해 4월22일 ‘지구의 날’에 오픈했다. 이 곳의 대표 맥주가 ‘페일 블루 닷(Pale Blue Dot)’이다. 세계적인 천문학자 칼세이건이 보이저1호에서 바라본 지구를 묘사한 ‘창백한 푸른 점’에서 따왔다.
이 대표는 “서울브루어리 로고 디자인에는 우주와 달, 술의 정서를 반영했다. 달 밝을 때 뒷마당에 나가 달 보며 술을 마시는 걸 좋아하는데, 손님들에게도 술 마시는 즐거운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호스피털리티(hospitality), 환대 비즈니스를 공간과 엮어서 전개하는 공간 비즈니스를 강조한다. 의식주를 넘어 즐기거나 경험하고 느끼는 라이프스타일 전반의 비즈니스다.
이 대표는 “스테이, 식음료, 여행, 쇼핑,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공간 비즈니스를 통해 내가 죽어도 없어지지 않을 브랜드를 서울 한복판에 남기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태형 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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