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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포럼은 2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최근 건설현장 붕괴사고 관련 긴급 좌담회’를 개최한 가운데, 한승헌 연세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산학연 전문가들의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
[대한경제=백경민 기자] E&E포럼의 ‘최근 건설현장 붕괴사고 관련 긴급좌담회’에 참석한 산학연 전문가들은 발주ㆍ설계ㆍ시공ㆍ감리에 이르는 건설 전 과정에 대한 혁신이 절실한 때라고 입을 모았다.
유정호 광운대학교 교수는 건축설계자, 구조설계자, 시공자, 감리자 등 700여 명에 달하는 건설산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자체 설문을 통해 최근 불거진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의 원인을 짚었다.
가격 위주의 업체 선정 방식에 따른 공사ㆍ용역비 저하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가운데, △기술인력 역량 부족 △프로젝트 관리체계 운영을 위한 인력ㆍ인프라ㆍ재원 부족 △숙련기능인력의 부족 및 고령화 등 개인 및 조직, 관리ㆍ운영ㆍ제도ㆍ환경 전반에 걸친 총체적 부실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유 교수는 “감리제도를 개선한다거나 구조검토 절차를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전체 시스템을 조망하면서 종합적 진단과 개선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참여한 다른 패널들도 건설 단계별 시스템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공통된 견해를 내놨다.
발주 단계에서는 업체 선정 과정의 공정성 확보를 전제로 조달 시스템의 변별력 제고 및 재량권 확대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갈수록 하향평준화 되고 있는 PQ(사업수행능력) 평가의 변별력을 높이고, 발주자의 자율성 확대 차원에서 중앙조달 의무화를 축소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CMR) 발주를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원가 절감에 주력해야 하는 구조여서 각종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성준 대한건축사협회 부회장은 “(CMR은) 설계도서의 상호 검증 과정은 없고, 원가절감에 주력하다 보니 변경이 잦아 도서 관리도 엉망”이라며 “시공사가 발주처의 권한을 상당부분 자기 책임 하에 행사하므로 감리는 감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설계 단계에서는 대가기준의 국제기준 비교 및 적정성 검토 등이 도마 위에 올랐고, 시공ㆍ감리 단계에서는 기존의 관행을 깨는 혁신이 동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김형석 한국건설기술인협회 부회장은 “안전분야 건설기술인 배치기준은 강화되는 반면, 시공분야 배치기준은 몇 년째 그대로인 상황”이라며 “시공사가 자재를 직접 구매하지 않다 보니 (품질 측면에서) 민간공사에 비해 후순위로 밀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납품업체에 대한 시공사의 통제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진경호 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감리기술인은 시공 과정을 지켜보고 다양한 검토를 해야 하지만, 매일 작성해야 하는 보고서 작성 업무는 이를 힘들게 하는 요소”라며 “건설현장의 디지털화와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기술 채택을 통해 주어진 기본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보고서가 자동으로 작성되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건설기술인 고령화 문제도 대두됐다. 건설시스템 개편과 함께 기술인 육성 정책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영암 대흥종합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부사장은 “감리를 수행하는 기술인 약 70%가 60세 이상이며, 건설산업 전체가 고령화가 돼 있다”며 “청년 기술인이 유입될 수 있도록 과도한 기술인 등급 산정 기준 및 PQ 기준 개선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송수진 한미글로벌 이사도 “기술인 육성 차원에서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 및 제도개선을 지속적으로 실행해 줄 구심점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백경민 기자 w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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