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순위 12위의 ICT(정보통신기술) 기업 KT가 30일 임시 주총을 열고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을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구현모 전 대표가 사임한 3월 말 이후 직무대행 체제로 이어져온 수장 공백 상태가 5개월만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김 대표는 선임 직후 주주들에게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기업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 대표는 대학 졸업 후 1984년 LG 전신인 럭키금성상사에 입사한 뒤 40년 가까이 LG 계열사에만 근무했다. 2014년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로서 통신업계를 경험한 데다 2015년부터 7년간 LG CNS를 이끌며 ICT 분야도 경험했다. ‘KT맨’이 아니면서도 정보통신 분야를 잘 알고 대기업 조직 관리에도 능숙하다는 점에서 김 대표는 일종의 ‘메기 효과’로 KT의 관행과 구습, 비효율, 내부 카르텔 등을 깨뜨려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KT는 전임 경영진의 일감 몰아주기와 배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내부 사기가 바닥에 떨어져있다. 김 대표는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를 다잡으며 경영 안정화에 주력하는 동시에 인적 쇄신을 통한 기업구조 개혁에도 역량을 집중해야한다.
글로벌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실행전략을 마련하는 것도 김 대표 과제다. KT는 50여 개 계열사에 임직원 5만8000명, 연매출 25조 원에 달하는 거대 통신기업이지만 장기간 경영 공백으로 영업이익은 급락했고, 투자는 대부분 중단됐다. 다른 통신사들이 신사업 투자에 한창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재 세계 ICT 업계는 AI, 로봇, 모빌리티 등이 결합된 혁신 기술과 서비스를 놓고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KT가 본업인 통신을 바탕으로 글로벌 ICT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김 대표의 혁신 리더십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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