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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에 오로라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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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9-03 13:50:03   폰트크기 변경      
빛으로 물든 DDP…기술로 재현한 자연

AI가 생성한 화려한 사계절 이미지 ‘반짝반짝’


DDP 잔디언덕에서 진행되고 있는 ‘보레알리스 DDP(Borealis at DDP)’. 안윤수 기자 ays77@


[대한경제=김정석 기자] 빛은 아름답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아름다움을 ‘빛난다’라고 표현하곤 한다. ‘수퍼 블루문’이 뜬 지난달 31일 서울 동대문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아름다운 빛으로 물들었다. 서울디자인재단(대표이사 이경돈)이 DDP 외벽 220m에 영상을 투영하는 초대형 미디어 파사드 쇼 ‘서울라이트 DDP 2023 가을’을 시작했는데 관광객은 물론 이곳을 지나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춰서게 하고 있다.

서울라이트 DDP는 2019년 개막 이후 겨울에 진행했는데 올해는 가을에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주제는 ‘디지털 자연(Digital Nature)’.


은색의 DDP는 어둑어둑 밤에 접어들면 한국의 뚜렷한 사계를 담은 영상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메타-네이처 AI(Meta-Nature AI)’. 안윤수 기자 ays77@



프랑스의 디지털 아트 거장인 미구엘 슈발리에(Miguel Chevalier)는 14분 길이의 작품을 DDP 외벽을 스크린 삼아 서울시민에게 선사하고 있다. 작품은 ‘실제 자연’과 ‘기술적 자연’의 공존을 보여주고자 한다. 잎과 꽃, 나무, 눈. 사계절 이미지가 DDP를 감싼다.


40년 동안 공공장소와 미술관에서 디지털 아트를 선보여온 슈발리에는 “높이 40m, 넓이 220m로, 개인적으로 수행한 작품 가운데 가장 큰 작품이다. 저에게는 의미가 깊다”라며 “DDP의 다양한 곡선은 제 작품과 아주 잘 어우러진다”라고 말했다.

놀라운 것은 이런 이미지가 AI를 통해 구현됐다는 점이다. 작품명을 ‘메타-네이처 AI(Meta-Nature AI)’로 붙인 이유다.

슈발리에가 이전 방한 때 비원에서 자신이 직접 찍은 다양한 사진과 나무와 꽃, 잎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색과 형태, 질감 등을 설정하면 AI가 이미지를 생성한다. AI와의 접목은 그의 첫 시도다.

그는 “새로운 형태의 이미지가 생성되면서 즐거운 작업이었다”면서 “앞으로 AI 기술이 예술에 접목되면 상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작품들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타-네이처 AI(Meta-Nature AI)’. 안윤수 기자 ays77@


기아글로벌디자인센터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서울 라이트에 참여했다. 센터가 선보이는 ‘오퍼짓 유나이티드-인터널 저니 오브 커뮤니케이션(Opposites United-Internal journey of Communication)’은 그간 많은 시민과 소통하며 얻은 영감과 기억을 기록하며 마음속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작품을 통해 기아는 디자인 철학을 디지털로 그려진 자연 속 여정으로 표현한다.

센터는 이와 함께 초청공연 이벤트 ‘오퍼짓 유나이티드-기아 디자인 컬처럴 커뮤니케이션 : 로맨싱 젬스톤즈’도 진행했다.



천천히 흐르는 시간…경외감과 황홀경


‘보레알리스 DDP(Borealis at DDP)’. 안윤수 기자 ays77@



같은 시간 DDP 잔디언덕에서는 오로라가 번진다.

‘죽기 전에 꼭 한번 봐야 할 오로라.’ 오로라는 많은 이들의 ‘버킷리스트’다. 캐나다와 노르웨이, 스웨덴 등 고위도 지역으로 버킷리스트를 실현하러 떠난다. 그런데 간다고 해서 꼭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운이 좋아야 한다. 날씨와 계절 등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그 가능성을 계산한 ‘오로라 지수’가 만들어질 정도다.

그런 오로라를 서울 동대문에서 만날 수 있다고? DDP에서는 현재 오로라를 유사하게 구현한 작품을 체험할 수 있다. 물론 실제 오로라와는 차이가 있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DDP 잔디언덕에는 빛이 하나 둘 또렷해진다. 어둠과 아우를 때 빛은 더 뚜렷하고 아름답다.

수증기를 하늘로 뿜고 여기에 적ㆍ녹ㆍ청 삼색 광선을 쏘면 물방울에 굴절된 다양한 색과 모양이 공중에 황홀하게 연출된다. 연신 사진을 찍게 된다. 유성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마블링이 하늘에 둥둥 떠다닌다. 하늘에서 늘어뜨린 커튼 모양 오로라는 아니지만, 색감은 오히려 더 강렬하다.


‘보레알리스 DDP(Borealis at DDP)’. 안윤수 기자 ays77@



서울에서 보는 오로라는 활홀경과 경외감까지 전해준다.  몽환적인 풍경 밑에 머무는 시간은 천천히 흐르는 듯하다. 비현실적인 광경을 움직이면서 감상하고, 앉거나 눕기도 하면서 서울 하늘 오로라를 느낀다.

작가 역시 다양한 위치에서의 감상을 당부했다. 스위스 아티스트 댄 아셔(Dan Acher)는 “습도, 온도, 바람, 보는 사람의 위치와 높이에 따라 모두 다른 모습이 연출된다”며 “이미지가 계속 바뀌기 때문에 앉거나 누워 시간을 두고 감상해도 되고, 계속 움직이면서 자리와 높이를 바꿔가며 감상하기를 권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DDP의 비정형 외벽 곡선을 따라 흐르면서 방향을 바뀌고 모이는 바람이 작품에 영향을 미쳤다. 그동안 작품이 설치됐던 다른 어느 도시나 장소보다도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구현됐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작품명은 ‘보레알리스 DDP(Borealis at DDP 댄 아셔 X LG OLED’다. 함께 설치된 LG OLED 디지털 샤이니지는 작품의 아름다운 색채를 그대로 재현한 포토존이다.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댄 아셔(오른쪽 두번째)와 미구엘 슈발리에(왼쪽 두번째). 안윤수 기자 ays77@ 


‘아트(Art)’와 ‘액티비스트(Activist)’의 합성어인 ‘아트비스트(Artivist)’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댄 아셔는 사회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아트를 도구로 사용한다. 그는 다른 환경, 다른 장소, 다른 상황에 있는 이들에게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 서울에서 오로라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이런 작업에 포함된다.

그러면서 작품에서 기술과 자연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기술로 자연현상을 재현하고, 앞으로 기술이 자연현상을 대체하는 것이 옳은지를 묻는다.


예술의 도구는 다양하다. 붓과 물감에서 AI까지, 캔버스에서 LED 화면과 건축물 외벽, 심지어 허공까지 기술의 발달에 따라 새로운 도구와 배경이 새로운 작품을 만든다. AI와 기술로 재현한 사계절과 오로라. 자연을 모사하거나 표현하는 예술이 실제 자연을 넘어설 수 없겠지만, 새로운 예술적 시도는 새로운 예술적 체험을 제공한다.


‘메타-네이처 AI(Meta-Nature AI)’. 안윤수 기자 ays77@


김정석 기자 j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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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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