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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구조물 공사에서 철근누락, 재료강도 미달, 도면 간 불일치 등으로 인해 붕괴사고와 같은 일이 빈발하고 있다. 단순히 설계상의 실수 또는 시공상의 실수라고 보기에는 너무 잦다.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공사(construction) 수행상의 안전보다는 구조상(Structural Design)의 문제에 초점을 맞춰보자. 건물의 안전을 담당하는 구조분야에서 제도적으로 몇가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건물의 구조계산 수행업체와 구조계산을 바탕으로 구조도면을 그려야 하는 업체가 같지 않다는 점이다. 구조계산은 구조기술사사무소에서 하고, 구조도면은 건축사사무소에서 작성한다. 이는 구조 엔지니어의 의도와 다르게 구조도면이 그려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별내에서 준공된 한 아파트의 경우 구조계산서에는 기둥의 상부, 즉, 주두(柱頭)에 보강근이 설계돼 있는데, 도면에서는 주두가 아닌 기둥의 하부, 즉, 기초에 표기돼 있어 주두에 철근이 누락된 사례다.
둘째, 건설현장에서 발주하는 철근 상세도면(SHOP DWG)은 철근상세 전문업체에서 수행하며, 업무 중 하나가 도면 미비 또는 불일치가 있으면 질의해 답변을 SHOP DWG에 반영해 작성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질의에 답변을 해야 할 구조기술사사무소나 건축사사무소는 이미 용역이 마무리된 이후라서 성의 있는 답변이 나오기 어렵다. 또 이런 업무는 건설현장의 설계 담당자가 조정하고 정리해야 하는데, 현장에는 구조와 관련된 내용을 조정할 수 있는 인력이 배치되는 경우가 드물다. 이런 이유로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상태에서 철근상세도면이 작성되는 것이다.
셋째, 감리는 도면대로 철근배근이 이뤄졌는지 검측을 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도면이 제대로 그려져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게 되지는 않는다. 감리자가 구조에 대한 지식이 탄탄하지 않는 한, 오류 부분을 찾아내서 정리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청라의 한 아파트 경우 주두에 전단보강근이 어디는 있고 어디에는 없었는데, 그와 관련한 현장 질의에 대해 감리자는 ‘도면대로 하라’는 답변만 할 수밖에 없었던 사례다.
이런 현상은 건물의 구조안전을 담당하는 업체들 간 업무분장과 관련된 문제에서 비롯된다. 구조계산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는 건축사사무소에서 구조도면을 수행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 철근상세도면 작성자가 도면간 불일치를 발견하고 질의하는데, 구조지식이 충분치 않는 현장기술자라면 어떤 것이 맞는지 쉽게 결정하지 못하지 않겠는가. 구조 부분에 대한 감리자도 ‘도면대로 하라’ 또는 ‘구조기술사 날인을 받아 와라’ 고 하면 책임을 면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검토하기보다는 책임회피가 우선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구조안전과 관련된 모든 일, 즉 구조계산, 구조도면 작성, 철근상세도면 작성, 구조감리 등 4가지 업무를 구조기술사사무소 한 곳에서 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구조계산이 한번에 완벽하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미비점은 구조도면을 작성하면서 협의를 통해 보완돼야 한다. 또 구조계산 시 생각했던 부분과 현장에서 철근 작업을 하면서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길 경우에도 즉각 보완할 수 있으려면 구조기술자가 철근상세도면을 검토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의 감리제도는 모든 책임을 감리자에게 두고 있다. 그러나 구조와 관련한 부분은 구조설계자가 확인해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광주 화정동 한 아파트의 경우 ‘구조설계자가 감리였다면 붕괴 사고를 방지할 수도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에 이르게 한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구현하기 위해선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먼저, 건축주, 시행사 또는 자체사업 건설사(이하 발주처)가 건축사사무소에 구조설계를 포함한 모든 것을 일괄 발주하게 되면 구조기술사사무소는 구조도면 작업에 접근조차 할 수 없다. 이런 불합리는 발주처가 건축설계부분과 구조설계부분을 분리해서 발주하면서 해결이 된다. 그리고 구조계산과 구조도면 작성이 같은 사무실에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건물의 안전을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철근상세도면 작성은 구조기술사사무소에서 수행해야 한다. 그래야 구조기술사사무소와 건설현장이 연계될 수 있다. 즉 현장에서 구조안전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상한 것이 발견되면 질의하고 수정해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발주처가 구조설계자에게 철근상세도면까지 묶어 발주한다면 구조사무소에서 책임지고 일이 수행되기 때문에 건물 안전은 보장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감리제도는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 나름 잘 구축돼 있다. 때문에 골조공사에 대한 감리사 임무는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 단지 구조설계자가 구조안전에 필수적인 철근 배근, 구조재료의 강도 정도만 확인할 수 있도록 구조기술사사무소에 임무를 부여한다면 건물의 구조안전은 확보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구조물이 안전이 지켜지려면 구조안전에 관한 제반사항을 구조기술사사무소에 맡기되 적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책임도 오롯이 지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돼야 건물 속에서 생활하는 우리 모두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며 일상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김광만 바로건설기술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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