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민생경제 어려움’, ‘경제활력 부진’, ‘성장동력 위태’ 등을 거론한 뒤 “이 모든 위기의 뿌리에 우리 정치의 혼란과 무능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의 불신과 혐오, 환멸의 시선을 충분히 인지하고 그 책임을 자인한 것이다. 그러면서 “여야 국회의원 모두가 국민과 나라를 위해 힘을 합치고 협치의 지혜를 발휘하자”고 야당에 제안했다.
총칼만 보이지 않을 뿐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대결현장에서 여당 원내사령탑이 협치를 제안했다는 것은 국면전환을 기대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전날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가 “오만하고 교만한 정권”이라며 시종 여권에 날을 세웠던 것과도 대비된다.
물론 윤 원내대표는 이어 ‘극렬 지지층에 기댄 팬덤정치’, ‘다수당 입법 폭주’ 등을 언급해 민주당 책임에 더 비중을 두는 듯한 발언을 했지만, “낮에는 치열하게 싸워도 저녁에는 흉금을 털어놓고 함께 나라를 걱정했다는 선배들 시절이 그리울 정도”라며 정치복원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21대 국회는 임기 초부터 원구성 협상 파행으로 수개월 허송세월한 것을 시작으로 대선과 정권교체, 지방선거 등 잇단 승자독식 과정을 거치면서 여야 관계는 내내 극한으로 내달렸고 협치 모습은 구경하기 힘들었다. 이런 식으로 내년 5월 임기를 마치면 입법 생산성에서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지난해 8월 제1야당에 이재명 대표 체제가 들어서고 전 정부에서 시작된 이 대표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여야 관계는 말 그대로 ‘정치실종’을 향해 치달았다. 여권 수뇌부는 사실상 이 대표를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았고 야당은 이 대표 엄호를 위해 ‘방탄 국회’와 ‘입법 폭주’ 등을 연출했다.
꼬인 여야 관계를 풀 수 있는 실마리는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폐기’ 약속대로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하고,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본인의 혐의에 대한 법원 판단을 구하는 것이다. 그 결과에 따라 검찰 수사가 무리수로 판명되고 여당이 이 대표 공격을 중단하든지, 아니면 야당이 이 대표 멍에에서 벗어나 ‘포스트 이재명’ 체제를 출범시키든지 어떻게든 결판이 나야 여야 간에 협상과 타협의 공간이 새로 생기고 정치 복원의 길도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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