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이하 업체는 1년새 59곳 증가
고금리 여파 PF사업장 부실 커져
[대한경제=김현희 기자] 부동산개발 시행사와 건설사들의 신용도가 7년 만에 최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기조에 따른 자금난으로 부실이 가중된 시행사와 사업장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25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2분기 HUG 내부 신용등급 중 AAA~A-의 우량등급 업체는 163개로 최근 7년 만에 가장 적었다. 지난 2016년부터 약 7년간 신용등급 A-이상인 업체는 180개 안팎을 유지했는데 지난 2분기에는 163개로 줄어든 것이다.
신용등급 A- 이상의 우량업체 비중도 2분기 13.1%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1%(178개)보다 낮아졌다. 우량업체 비중은 7년간 약 6년간 20%대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서부터 10%대로 주저앉기 시작했다.
우량업체 비중은 올해 1분기 10.2%로 최저점을 찍기도 했다. 지난해 하반기 강원도의 레고랜드 PF 자금난 문제가 불거지면서 PF시장이 경색, 지난해 4분기 우량업체 비중이 11%로 쪼그라들더니 올해 1분기에 정점을 찍은 것이다.
신용등급 C를 적용받은, 이른바 자금난에 빠진 업체는 늘었다. 지난해 2분기 287개(24.3%)였던 신용등급 C 업체는 올해 2분기 346개(27.7%)로 59개 늘었다. 자금난에 빠진 업체들도 지난해 4분기 574개로 늘더니, 1분기에는 664개까지 늘면서 7년만에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 PF 시장이 최고조로 경색된 시기가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였던 만큼 시행사들의 자금난도 상당했다. HUG 보증을 받아야 PF대출이 그나마 가능했던 만큼 자금난에 빠진 시행사들이 너도나도 HUG로 몰려들 때이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2분기 PF보증 신용평가 신청 업체는 1178개였는데, 올해 1분기 2017개로 839개나 늘었다.
HUG의 내부 신용등급 평가는 PF보증 등을 심사하기 위해 사업자에 대한 신용도를 알아보기 위함이다. 사업자인 시행사의 신용도가 낮아도 시공사의 신용등급이 BB+이상(투자등급)이라면 보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시행사의 신용도가 낮게 나오면 그만큼 보증 심사에서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최근 고금리 기조 등으로 PF 사업성도 낮아지고 있어 사업자인 시행사의 신용도도 중요시되고 있다. 사업자의 신용도가 낮으면 시공사와의 연대보증 여부도 중요해진다. 사업자가 부도날 경우, 시공사가 HUG의 PF보증 상환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신용평가가 낮은 시행사가 맡은 사업장에 대한 HUG의 PF 보증이 쉽게 나오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공사도 연대보증 부담 등으로 신용도 낮은 시행사의 사업을 맡기 꺼려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PF대출도 높은 금리로 산정되니 사업성이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26일 발표되는 정부의 PF 자금조달 중심의 부동산 공급대책이 효과를 발휘할지에 따라 오는 4분기 HUG의 신용평가 결과도 갈릴 전망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활황기 때는 신용도가 높게 나오는 시행사들이 많아지지만 침체기에는 그 반대일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PF 자금 완화 정책이 효과를 본다면 4분기 신용도 높은 우량업체 비중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희 기자 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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