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밤늦게 나올 듯… 한쪽은 치명상 불가피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성남시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과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구속 기로에 섰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따라 이 대표와 제1야당인 민주당의 정치적 명운은 물론, 검찰 수사의 성패까지 엇갈리게 되는 만큼 법조계와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차에서 내린 이 대표는 쏟아지는 질문에도 입을 굳게 다문 채 지팡이를 짚고 법정으로 향했다.
이날 영장심사에서 검찰과 이 대표 측은 범죄 혐의의 소명 정도와 구속 필요성을 놓고 첨예하게 맞설 것으로 보인다.
영장심사는 유창훈(50ㆍ사법연수원 29기)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는다.
이 대표의 구속 여부는 이날 밤이나 27일 새벽쯤 가려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재임하던 2014~2015년 백현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자신의 정치적ㆍ경제적 이익을 위해 민간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인허가권을 행사하는 등 각종 특혜를 몰아준 대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최소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경기도지사 시절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통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북한에 방북 비용 등 800만 달러를 대납하게 한 혐의도 받는다.
이밖에도 이 대표는 2018년 12월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모씨에게 전화해 자신의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된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허위 증언을 해달라고 요구한 혐의도 받는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기본적으로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어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일 뿐, 유무죄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아니다.
하지만 형사소송법이 구속영장 발부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피고인이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들고 있는 만큼, 영장심사 결과에 따라 이 대표나 검찰 가운데 어느 한쪽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게 법조계와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검찰은 약 1600쪽 분량의 의견서 등을 통해 이 대표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소명하고 증거 인멸 우려 등 신병 확보 필요성을 강조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를 통해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등을 ‘이 대표가 지방자치권력을 남용해 측근이나 민간업자들에게 특혜를 제공하고 천문학적인 이익을 몰아준 중대 범죄’라고 규정했다.
영장심사 과정에서 범죄의 중대성과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나 중요 참고인에 대한 위해 우려도 구속 사유로 고려된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게다가 검찰은 “불구속 수사는 자칫 이 대표에 대한 면죄부로 비칠 수 있다”는 내용도 영장 청구서에 담았다. 대규모 비리의 정점이자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이 대표는 제외한 채 실무자급만 구속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다.
특히 검찰은 이 대표가 단식 중에도 소환 조사를 피하지 않았던 만큼, 도주 우려보다는 증거 인멸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법원을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의 정치적 지위와 지금까지의 수사 과정 등을 고려하면 공범들이나 참고인들에 대한 회유ㆍ압박을 통해 증거 인멸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반면 이 대표 측은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사실에 대해 ‘터무니없는 소설’이라고 반박하는 동시에 불구속 수사 원칙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백현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이 대표는 “한 푼도 이익을 얻은 게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관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2010년 성남시장 당선 이후 인연을 끊어 특혜를 줄 이유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김 전 대표는 2006년 이 대표가 성남시장 선거에 처음 나섰을 때 선대본부장을 지내는 등 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도지사 방북 등 경기도의 대북사업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는 “실무진들이 추진한 것”이라며 직접 관련성을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표 측의 박균택 변호사는 “운전면허증에 경찰청장 직인이 찍혀 있다고 해서 (면허증을) 경찰청장이 발급해준 것이냐”며 “관인이 찍혔다고 해서 도지사가 결재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만약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이 대표의 정치적 생명은 사실상 벼랑 끝까지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도 당장 다음달 서울 강서구청장 재보궐 선거는 물론, 내년 총선까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도 그동안 야권에서 제기해 온 ‘정치 수사’라는 꼬리표를 떼고 수사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영장 청구가 기각될 경우 검찰로서는 ‘야당 대표를 겨냥한 무리한 수사’라는 역풍을 맞는 동시에 남은 수사에도 급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 등 다른 수사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주장해 온 이 대표는 흔들리던 당내 입지도 다시 강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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