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북한 지역으로 전단 등을 살포하면 처벌하도록 한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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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청사/ 사진: 대한경제 DB |
헌재는 26일 북한인권단체 등이 “남북관계발전법 제24조 1항 3호 등은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해당 규정은 즉시 효력을 잃게 됐다.
남북관계발전법은 누구든지 북한 지역으로 전단 등을 살포해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된다. 게다가 미수범도 처벌된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20년 6월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로 남북관계가 악화되자 해당 단체들을 고발하는 동시에 전단 살포 행위를 단속하고 나섰다.
이후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법안은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의 반대 속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자 보수 성향의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과 북한인권단체 등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반헌법적인 악법”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남북관계발전법 규정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며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이은애ㆍ이종석ㆍ이영진ㆍ김형두 재판관은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이 확보되고, 평화통일의 분위기가 조성될지는 단언하기 어려운 반면,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매우 중대하다”며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고 봤다.
특히 “국민의 생명ㆍ신체에 발생할 수 있는 위해나 심각한 위험은 전적으로 제3자인 북한의 도발로 초래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은 북한의 도발로 인한 책임을 전단 등 살포 행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책임주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미선ㆍ정정미 재판관도 “북한을 자극해 도발을 일으킬 수 있을 만한 표현의 내용은 상당히 포괄적”이라며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제한되는 표현 내용이 광범위하고, 그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김기영ㆍ문형배 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은 표현의 방법만을 제한하고 있다”면서 “청구인들의 견해는 전단 살포 외의 다른 방법, 예컨대 기자회견이나 탈북자들과의 만남 등을 통해 충분히 표명될 수 있다”며 합헌 의견을 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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